◎法 무시한 ‘꿈의 궁전’/재벌·유명 체육인 등 농지·임야 불법전용/당국 시정지시도 외면정·관·재계 등에 대한 당국의 전방위 사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팔당상수원 보호구역내의 농지를 불법전용해 호화별장을 꾸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적발됐다. 11일 농지법위반 등 혐의로 경찰청에 적발된 개발제한구역내 불법 호화별장소유주들은 대부분 기업총수나 이들의 가족, 체육인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회저명인사들이었다. 이들은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농지와 임야를 불법으로 훼손, 경기 남양주시와 가평 양평을 잇는 팔당상수원 보호구역의 절경을 배경삼아 골프연습시설까지 갖춘 「그림같은 집」을 짓고 국민들의 고통분담 요구를 외면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L그룹 회장의 여동생 신정숙(辛貞淑·61)씨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암리 자신의 별장 부지 1,500평중 농지(밭) 1,350평에 불법으로 잔디를 심고 정원을 조성한 뒤 건평 130평에 달하는 호화 별장건물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현행법이 요구하는 형질변경 허가절차는 당연히 무시됐으나 관할 관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불법 공사 초기부터 지역주민 대부분이 알고 있었던 점에 비춰볼 때 공무원들의 묵인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의 영웅인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黃永祚·29)씨의 경우는 법망을 피해 교묘하게 탈법을 저지른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만하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사는 황씨는 96년 9월 누나 등 가족과 함께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으로 위장전입한 뒤 남양주시 수석동 개발제한구역내 농지 400여평을 사들였다. 황씨는 이 땅 300여평에 잔디를 까는 등 불법조경을 한 뒤 연건평 80여평 규모의 2층 목조건물을 지었다. 이 건물은 곧 일반음식점으로 용도변경돼 「베이스캠프」라는 호화카페로 전용됐다. 황씨는 이 과정에서 30평으로 제한된 외지인 건축상한규정을 피하기 위해 지역주민 이모(52)씨의 명의를 500만원에, 정모(41·여)씨의 이축권(일명 딱지)을 4,500만원에 각각 사들여 건축허가와 준공검사 등을 받아냈다.
사조그린앤블루 대표이사 최우영(崔祐榮·43·종로구 평창동)씨는 경기 가평읍 금대리 콘도(부지 680평)내 농지 533평을 훼손하고 여기에다 운동장과 원두막 5동 등을 허가없이 건축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주)신한종합건설 대표이사 부인 김정애(金貞愛·53·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씨는 지난 3월 경기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 6,200평 부지의 별장 마당(임야 3,000평)에 잔디와 조경수를 심고 축사를 짓는 등 위법사실이 적발돼 양평군으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에스콰이어 회장부인 한도정(韓道正·73·광진구 광장동 워커힐아파트)씨, 대한제지 회장아들 양등락(梁登樂·32·광진구 광장동 124)씨, 의류수출업체인 (주)한성 대표이사 아들 정형진(丁馨鎭·24·강남구 개포동)씨, 성지리조트 대표이사 김용석(金容錫·52·송파구 삼전동)씨, 인성무역 대표 김종철(金鍾喆·55·서초구 방배동)씨, (주)호명 대표이사 이진호(李珍鎬·61·서대문구 연희동)씨 등도 비슷한 수법으로 농지를 불법훼손한 뒤 잔디를 심어 정원을 조성하거나 북한강변에 석축을 쌓아 조경을 했으며 허가없이 건축물을 개축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편 팔당주변의 호화카페 업주들도 덜미를 잡혔다. 특히 전해윤(全海允·27·유흥업·경기 남양주시 수석동)씨는 경기 남양주시 수석동 개발제한지역 주민 최모(64)씨로부터 이축권을 4,500만원에 매입한 뒤 최씨명의로 건축허가를 받아 초호화 2층주택을 카페로 운영해왔으며 올해 5월에는 인근 농지 365평을 훼손, 주차장 용도로 사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최윤필 기자>최윤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