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9일 발표한 변호사법 개정안은 법조 비리와 부조리 근절에 꽤 효력이 있어 보인다. 우선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를 7년 이하의 징역 형에 처한다는 조항이 눈에 띈다. 자신이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에게 알선한 법원·검찰·경찰 공무원도 처벌하겠다는 조항은 전문 브로커 말고도 법조계 내부의 유사 브로커가 판치는 현실을 꿰뚫어본 조치로 평가된다.검사장이 변호사협회에 비리변호사 징계를 요청하고, 법무장관이 징계청구된 변호사의 업무정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변협의 자정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정직 이상의 징계가 두 번 이상 있는 변호사가 다시 비리를 저지르면 영구제명하기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들만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법조부조리의 원천을 막을 방안으로 제시된 개업변호사 형사사건 수임제한 조항이 삭제된 것은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위에 열거한 모든 장치들을 다 합쳐도 전관예우 폐습을 막아보자는 이 조항 하나의 효력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의정부 이순호 변호사 비리사건을 계기로 변협이 지난 5월 법무부에 건의한 개정안에는 이 조항이 들어있었다. 변호사와 판·검사들의 유착을 막기위해 판·검사가 퇴임해 변호사를 개업할 경우 개업 1년전까지 근무한 법원과 검찰청이 취급하는 형사사건은 2년동안 맡지 못하도록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법무부는 개업변호사의 형사사건 수임제한 조항 삭제이유에 대해 첫째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해 위헌소지가 있고, 둘째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개업지 제한이 아니라 특정지역의 특정사건을 일정기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공무원윤리법에도 2년간 관련업계 취업 금지규정이 있다.
따지고 보면 이순호 변호사 사건의 본질은 전관예우라는 악습에 뿌리가 닿아있다. 전문가들은 『법조비리의 핵심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전관예우 풍토를 악용해 브로커들과 짜고 형사사건을 싹쓸이하는데 있다』고 단언한다. 전관예우 덕분에 개업한지 2,3년동안 평생 먹을 것을 버는 변호사가 많다느니, 전관예우는 판·검사들의 퇴직금이라는 쑥덕거림이 그치지않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95년에 조사한 실태를 보면 서울에서 연간 100건 이상의 형사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의 60%가 개업 2년 미만의 판·검사 출신이고, 이들의 구속 적부심 성공률은 전국평균의 1.5배나 됐다.
법조부조리의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는 전관예우 근절 노력에 앞장서지 않는 한 판·검사들은 사회정의 실현의 주역이라고 자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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