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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축소·은폐 공방/어제 환란 첫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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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축소·은폐 공방/어제 환란 첫 공판

입력
1998.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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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강경식씨 삼성 지원 의혹 등 추궁/김인호씨 “YS에 하루 2∼3회씩 보고”외환위기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경제부총리 강경식(姜慶植) 피고인과 전 청와대경제수석 김인호(金仁浩) 피고인에 대한 첫 공판이 10일 오후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호원·李鎬元 부장판사)심리로 열렸다.

강피고인은 검찰 직접신문에서 『지난해 10월말 외환위기 상황은 홍콩 및 도쿄(東京)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것으로 국내 외환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은 11월 이후였다』며 외환위기 축소·은폐 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강피고인을 상대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운영을 통해 삼성자동차 공장부지 부산유치계획을 세우는 등 삼성측을 지원하고 신당 창당을 통한 대권 구상 등 정치적 야망을 실현키 위해 외환위기를 묵살한 점 등을 집중 추궁했다.

김피고인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11월 10일 이후에야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은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 아니냐』는 검찰신문에 『10월 23일 이후 증시 및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하루에 2∼3차례씩 대통령께 보고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이날 재판은 200여석의 방청석이 재판개시 10여분전에 모두 채워진 가운데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모의재판을 준비중인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단체로 참석해 재판과정을 꼼꼼하게 메모하며 방청했다.

다음 공판은 24일 오후 2시.<박일근·이영태 기자>

◎검찰·변호인 ‘팽팽’ 경제청문회 방불

○…이날 공판은 처음부터 경제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진지하게 진행됐다. 이승구(李承久) 대검 중수부 2과장은 모두 진술에서 『피고인들의 정책대응 실패가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은 경제전문가의 공통된 견해』라며 『재판을 통해 피고인들의 형사적 잘못 뿐 아니라 정책대응상의 오류도 밝히겠다』고 선제포문을 열었다. 이에대해 최광률(崔光律) 변호사는 『경제정책 담당자가 고의로 경제를 망치려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억지』라고 반박하며 『이번 재판은 고위 공직자의 정책 잘잘못을 가리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IMF체제로 가게 된 원인을 규명해야 하기때문에 사법부가 주재하는 경제청문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재판진행에 무척 신경을 썼다. 이호원 부장판사는 강피고인의 신문도중 컵에 물을 따라 마신 김피고인에게 『피고인의 신문시간도 아닌데 왜 물을 마시느냐』고 질책하고 대답을 회피하는 강피고인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답변하세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보고받는 자세와 태도를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검찰은 김피고인이 『김전대통령은 보고가 1∼2분만 계속돼도 지루한 듯 시계를 쳐다보며 무관심한 표정을 지었으며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국민들이 심한 허탈감에 빠질 것이 우려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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