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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종합상사는 안팎으로 ‘벼랑끝’(수출 살려야 경제산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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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종합상사는 안팎으로 ‘벼랑끝’(수출 살려야 경제산다:5)

입력
1998.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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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는 가격인하 압력/국내거래업체선 결제요구/밤낮 뛰어도 상황은 악화『수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종합상사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금융은 마비되고 바이어들의 단가인하압력과 로컬(국내)업체의 결제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개인별로 할당된 실적때문에 밤낮없이 뛰지만 악화하는 여건에 벼랑끝으로 내몰린 느낌이다』

A상사의 K대리는 『종합상사들이 대외여건의 악화, 정책의 역차별, 생존의 문제등 3중고로 벼랑끝에 섰다』고 말했다. K대리의 일상은 종합상사의 악전고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K대리는 출근직후 대통령이 챙기는 청와대대책회의에서도 대기업수출지원문제는 배제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혹시가 역시구나」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팩시밀리 앞에 수북이 쌓인 바이어들의 공문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러시아의 바이어가 폴란드등 동구산과 가격비교표를 정리해 보내왔다. 요즈음 지겹게 계속되는 바이어들의 단가인하압력들이다. 진을 빼는 1시간이 지났다.

컴퓨터앞에 앉아 지역별 정보와 국내상황변화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최근 틈새시장 공략차원에서 외상수출을 늘려놓은 러시아와 중동의 경우 환율이 변동하거나 현지정책이 변화하면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조마조마한 기분이다. 어제 마무리됐던 러시아 타이어 수출건은 마이너스 1%정도의 역마진을 각오해야 한다는 결론이 화면상에 떴다.

K대리에게 할당된 올해 수출목표는 2,100만 달러. 어제까지의 실적은 45%선이다. 하반기에 몰아쳐서 해도 악화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입사7년동안 개인에게까지 실적이 배당된 것은 처음이다.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인사고과는 물론 부서폐쇄 아니면 사직까지 생각해야할 만큼 윗선의 압박은 대단하다.

국내 거래선인 B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제 선적이 됐는데 왜 결제를 하지않느냐. 당장 들어와라. 이따위로 하면 경쟁상사로 거래를 옮길 거다』 매일매일 협박으로 강도를 더해가는 로컬업체로부터 결제요구다. 환난이후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선적이후에도 자금결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급한 것은 일부 회사자금으로 막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결제되지않는 탓에 업체로부터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점심식사 직후 파이낸싱 대책회의가 열렸다. 국제금융팀이 있지만 이제 각팀마다 자체적으로 파이낸싱을 하는 전투체제에 돌입한지 오래다. 비교적 우호적인 독일쪽 은행에서 돈을 끌어대는 방법과 최악의 경우 자존심상하지만 일본상사로부터 20%대의 돈을 빌리는 방안까지 논의가 됐다.

대책회의 중간에 감사팀으로부터 자료요청이 왔다. 공정거래위에서 내부거래조사를 대대적으로 해간 이후 자체감사가 진행중이다. 수출여건도 악화하는 상황에서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감사로 괴롭히다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얼음판같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도 K대리는 퇴근은 커녕 바이어 영접을 위해 공항으로 달려가야 했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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