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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개혁 알맹이가 빠졌다/한인섭 서울대 교수·형법학(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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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개혁 알맹이가 빠졌다/한인섭 서울대 교수·형법학(한국시론)

입력
1998.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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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처벌만으론 한계 전관예우 근절하고 변호사 보수·활동 투명성을”법조비리 브로커 283명 입건과 213명의 구속. 수임비리변호사를 비롯한 비리변호사 105명 적발. 금년 4월20일부터 불과 두어달만에 검찰이 이루어낸 단속실적표이다.

짧은 기간에 이렇듯 대량단속을 이루어낸 검찰의 의지와 능력이 우선 경탄스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조계내의 비리척결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적발단속할 수 있었는데, 대형비리를 이제껏 방관해 왔구나 하는 개탄의 느낌이 동시에 생겨난다.

그동안 우리의 사법정의는 적어도 수백명에 이르는 브로커와 부패법조인에 의해 농락당했음을 이 실적표는 보여준다. 그동안 경찰, 검찰, 법원, 변호사 어디든 법조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형사구속을 놓고 국가공무원과 브로커, 변호사들이 벌여온 담합적 협박구조는 시민들을 인질로 잡아 몸값을 흥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을만 했다. 이것이 무전유죄의 억울함까지 겹쳐 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파괴해왔던 것이다.

법무부는 법조비리 단속과 함께 비리변호사에 대한 처벌과 징계의 강화, 비리변호사의 결격사유와 결격기간의 확장을 특징으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대검의 비리단속과 변호사법 개정안에는 그동안 개혁논의의 핵심쟁점이 빠져있다.

첫째, 법조비리의 핵심은 브로커라고도 하지만, 브로커는 악덕변호사에 기생할 뿐이다. 브로커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전문직인 변호사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브로커는 몇백명이나 구속하면서, 수임비리변호사에 대하여는 기소하지도 않고 변협에 징계조치토록 하는데 그쳤다. 다시 힘없는 브로커는 처벌하고, 힘있는 변호사는 건드리지도 않았다는 비난을 감수할 참인가. 변호사들로 구성된 대한변협이 105명의 변호사를 징계할 내부역량이 있겠는가. 공을 변협에 다시 떠넘길 일이 아니라 대검에서 조처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둘째, 법조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되어온 전관예우에 대한 수사가 빠져있다. 그동안 현직 판검사들은 법조비리는 브로커의 문제이지 전관예우는 별관계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이는 브로커가 가장 활개친 것도 전관예우의 풍토하에서였음을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있다. 이순호 변호사 사건도 전관예우와 브로커의 악습이 겹쳐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동안 전관예우의 근절책으로 거론되어온 것은 판검사가 퇴직할 경우 2년이내의 기간동안 형사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변호사법 개정안에는 그 부분이 빠져있다. 현직 법조인들이 전관예우라는 잘못된 기득권을 애써 고수하여 퇴직금 챙기기에 나서려는 의도가 없다면, 이번에 수임사건 제한규정이 들어가야 한다.

셋째, 변호사법에 대한 전향적 개정을 하려는 마당에 변호사의 보수와 활동내역의 투명화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변호사는 사건 단계마다 의뢰인에게 자신이 한 일을 설명해야 하고, 자신이 작성한 변론자료를 의뢰인에게 보여야 한다. 그것이 의뢰인과 변호사간의 신뢰확보의 첫걸음이다. 또한 누구보다 공정한 법집행을 실천해야 할 변호사들이 세금문제만 나오면 일반시민앞에 떳떳할 수 없는 상태를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가도 자문해야 한다. 조세의 투명성, 활동의 투명성은 선진사법으로 가는 가교일 뿐 아니라, 법조비리 척결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다. 투명한 활동, 투명한 과세없이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은 생겨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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