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제주민란을 소재로 한 ‘이재수의 난’과 가족을 둘러싼 삶의 이면을 전하는 ‘박하사탕’으로 현실이 담긴 영상을 다시 만든다그들이 꿈틀거린다. 친구이자 사제지간인 박광수(43)와 이창동(44) 감독.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95년)과 「초록 물고기」(96년) 이후 침묵하던 두 사람이 새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박광수 감독이 응시하는 곳은 제주도다. 뭍에서 떨어진 제주도의 시간을 100년 전으로 되돌려 거기서 또 한 명의 청년을 찾는다. 그의 이름은 이재수. 전태일과 같은 스무살이다. 83년 현기영의 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에서 처음 만난 뒤 15년동안 잊은 적이 없는 그를 박감독은 10월부터 영화「이재수의 난」에서 되살린다.
검은 땅에 갈포를 입은 천민출신 이재수는 민란의 주모자이다. 1901년 그는 부패한 조정과 가톨릭의 옷을 입은 외세의 패악, 그로 인해 고통받는 백성들의 죽음에 살육으로 맞선다. 천주교인들을 살육하며 사랑하는 여자까지 무자비하게 죽인다. 박감독은 민란에 실패하고 제주관아에 목이 걸리는 이재수의 삶을 냉정하게 보기 위해 까마귀를 선택했다. 100년 전으로 돌아가 한라산 고목에 내려앉은 그 까마귀는 민란의 목격자이자 「…전태일」의 문성근이 그렇듯, 감독 자신이다.
『사건보다 인물에 가깝게 다가가겠다. 이재수의 행동과 심리를 통해 역사적 조건에서 연약한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대응하다 쓰러지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당시 백성이 느낀 위기는 세계 경제질서의 재편에 휘둘리는 현재 우리의 위기감과 다르지 않다』는 박감독. 그는 한국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이번엔 무엇을 얘기할까」 기대하게 만든다. 그의 영상미학이 현실을 담기 때문이다.
그의 조감독 출신인 이창동 감독도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영화는 오락이나 환상이 아니라 사회와 삶의 모순, 인간과 역사의 관계를 이해하는 장치다. 때문에 『영화는 현실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고집한다. 미술을 전공한 박감독은 과감한 생략과 회화적 상징으로, 소설가인 이감독은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성격·심리묘사로 드러낸다는 것이 다를 뿐.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가족」안으로 들어간다. 그에게는 가족이 우리 사회의 위기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이 불안과 절망을 치유할 수는 없지만 위안은 될 것이라 생각한다. 1년 넘게 산고를 겪고 있는 시나리오가 마무리되면 가을부터 촬영할 「박하사탕」(가제)도 속초시에 사는 한 가족의 얘기다.
실향민인 아버지는 과거 때문에, 20대 초반의 폭주족아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아 현실을 부정한다. 영화는 이들이 전화도청 미행등 이상한 사건을 겪으며 깨닫게 되는 현실의 이면, 삶의 의미를 전한다. 이감독은 상업적인 계산으로 깡패를 등장시켰던 「초록물고기」에서 한 걸음 더 물러나 현실을 정직하게 투시할 생각이다. 『현실을 꼼꼼하고 생생하게 묘사한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는 소설을 쓰는 정신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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