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폭탄·사이버폭탄 등 컴퓨터 바이러스를 무기화 레이더·통신망 침입 교란/美 등 각국 전담부서 마련 미래戰준비 극비리 진행중총성 없는 전쟁. 핵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미사일 한 발 쏘지 않고 한 순간에 적국의 전략본부와 레이더망의 시스템을 파괴하고, 주요 도시의 전력 및 통신망을 끊어 버린다. 군사작전을 교란하거나 아군에게 유리하게 뒤집어 놓고, 정찰·공격용 위성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적국의 TV 방송망을 통해 심리전도 펼친다.
이 모든 게 「클릭」 한 번으로 이루어진다. 이른바 「사이버 워(Cyber War)」.
이같은 새로운 개념의 국가간 전쟁은 더이상 공상과학(SF)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에 이은 「사이버 워」의 무기인 「사이버 무기(Cyber Warfare)」의 개발이 극비리에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행정부는 현재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을 중심으로 유사시 적국을 공격할 수 있는 사이버 무기체계를 연구하고 있다. 국가안보관련 기밀 가운데 최고로 분류되고 있는 이 무기의 핵심은 「사이버 폭탄(Cyber Bomb)」,「논리 폭탄(Logic Bomb)」이라 이름 붙여진 일종의 컴퓨터 바이러스.
국방부의 경우 합참본부 산하에 사이버 전쟁의 수행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할 것을 적극 검토중이며, 이미 각 지역사령관에게도 효과적인 「사이버 공격(Cyber Attack)」의 작전을 지역 실정에 맞게 연구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달 초 클린턴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의해 미국은 국가안전국(NSA)아래 「정보작전 기술센터」를 창설, 관련기관 합동으로 가상적국 또는 테러리스트에 의한 사이버 공격의 대비책도 마련중이다.
그러나 어떤 기관이나 군이 사이버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한 어떤 경우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야하는 지, 그에 따른 적국의 보복공격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등의 전략지침에 대해서도 백악관의 안보전문가들은 고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이버 무기의 효과 및 정확한 위력에 대해서도 관련기관들은 정확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처럼 실험을 통해 파괴력을 측정할 수도 없을 뿐더러 적국 컴퓨터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종류, 정치·군사적 의사결정 방식의 차이에 따라 사이버 공격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전문가들 사이에 『인명을 살상하는 기존 개념의 전쟁발발에 앞서 전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이버 전쟁에 대한 공격과 방어 체계는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은 더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각국 ‘사이버전쟁’ 움직임/美 올 550건 사이버테러 당해… 中 ‘사이버부대’ 창설 등 120개국서 공격력 보유
「사이버 워」에 대비한 세계의 움직임은 긴박하다. 미의회조사국은 컴퓨터 기술을 공격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국가가 이미 120개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중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사이버 가상적국은 중국 이란 러시아 이라크 리비아 등 10여개국. 미정보소식통의 극비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국가가 배후인 사이버 테러를 당했다.
미국이 해킹을 포함한 각종 사이버 테러를 당한 횟수는 96년 128건에서 올해 550건까지 늘어났다. 미국이 최근 FBI에서 차출한 125명의 특수요원을 핵심으로 정보작전기술센터(NIPC)를 설치한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외에 암암리에 「사이버 워」 부대를 만든 국가는 중국. 중앙군사위내에 컴퓨터바이러스 침투부대를 이미 창설했고 미국 등에서 유학한 컴퓨터전문가들을 투입해 컴퓨터 무력증강에 주력중이다. 이런 자신감을 반영하듯 인민해방신문은 최근 『하이테크 공격이 미국의 전산망을 일시에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도 사이버 특수부대를 준비중이며 러시아도 최근 인터넷을 통한 공격을 국가 안보차원의 문제로 규정, 내무·국방부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정례화하고 있다. 미국을 적대시해 온 이란 등도 해킹 등 컴퓨터 교란을 위한 기술 축적에 노력하고 있다.
테러단체나 준군사조직의 기술 수준도 위협적이다. 특히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은 고출력 전자파를 이용한 「전파총」으로 96년 런던선물시장의 전산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등 이미 가공할 위력을 드러냈다. 일부 중동 테러조직이나 러시아 마피아도 기간 전산망이 뛰어난 선진국일수록 사이버 테러에 취약하다는 점을 역이용, 사이버 공격 능력을 키우고 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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