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하자니 관객이 없고/되팔려해도 사주지 않고/SKC·현대 40여편 부담대기업 영화사가 외화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년동안 경쟁적으로 값을 올려가며 사들인 영화들이 창고에 수북하다. 개봉을 하자니 관객이 없고 싸게 되팔려고 해도 사주는 곳이 없다. 상품 가치는 떨어지는데 이자부담까지 감안하면 손실이 만만찮다. 개봉않고 비디오로만 출시하려니 워낙 판매가 부진해서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SKC가 갖고 있는 작품은 40여편. 6월에 겨우 「도니 브래스코」한 편을 개봉했다. 영상사업을 포기할 계획이었던 SKC는 재고영화를 사줄 임자가 나타나지 않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당분간 영상사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현대 역시 비슷하다. 영상산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만에 40여편(20여편은 비디오용)이 쌓였다. 올해 겨우 두 편(터뷸런스, 엠마)을, 그것도 몇번 연기한 끝에 최근에야 개봉했다. 「마이클」「캅 랜드」같은 200만달러 짜리도 여러편 남아있다. 『섣불리 풀 수가 없다. 흥행에 실패하면 광고, 마케팅 비용(3억원 정도)까지 안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나마 자기 극장이 있는 대기업은 조금 낫다. 「깜짝 개봉」하고 비디오로 출시하면 약간은 건진다. 삼성영상사업단은 지난해 하반기에 서울극장과 씨넥스에 「바브 와이어」「덴버」「로빈슨 크루소」 등 8편의 영화를 거의 1, 2주일 간격으로 걸었다. 씨네하우스를 운영하는 대우도 올해 「비욘드 사일런스」「데드맨」등 7편을 줄줄이 개봉해 재고를 10여편으로 줄였다. 그래도 재고부담은 여전하다. 대우는 미국 뉴라인시네마와 제작비 일부를 투자하고 국내판권을 갖기로 계약, 올해에도 20여편을 들여와야 한다. 때문에 한달에 한 편씩 푼다해도 매년 절반 정도는 남는다. IMF가 닥치면서 투자비율을 6%에서 2%로 줄였지만 여전히 100만 달러를 넘는 작품이 많아 손실이 크다.
한때 대기업 영화사들은 국내시장 규모를 무시한 채 외화 한편에 500만 달러(96년 삼성영상사업단의 「제5원소」)까지 주며 수입해 「외화낭비」란 비난을 샀다. 재고 몸살은 그것도 모자라 시장 독식을 노린 영화사의 해외제작비 투자와 싸구려 작품까지 몽땅 사버린 무모한 경쟁의 결과. 때문에 영화업계는 물론 대기업 영화사 관계자들까지도 『자업자득』이라고 말하고 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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