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구조조정에 밀리고 司正에 몰리고/기업 “생존걸린 판에 수출여력 없어” 하소연『국제통화기금(IMF)체제 극복의 가장 유효한 탈출구는 수출확대다. 온국민이 달러벌이에 나서야 한다. 수출르네상스시대를 열자』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수출보국(輸出報國)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도 수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항상 정책 우선순위에서 뒷전이다. 수출정책은 투자유치, 구조조정, 사정(司正)등 특단의 정책들에 밀려 회의용 자료에서만 살아 남았다. 한마디로 정부는 수출마인드도, 수출에 대한 의지도 없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대한무역진흥투자공사(KOTRA)의 구조조정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기획예산위는 타기관과의 형평을 내세워 20%의 인원축소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KOTRA의 무역관 70여개가 축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환란(換亂)이후 민간부문의 해외지사망은 30%이상 축소된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을 위한 공공부문의 해외네트워크도 붕괴위기에 몰린 것이다. 원스톱투자지원센터의 설립으로 이미 KOTRA업무의 무게중심도 투자지원으로 옮겨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기업들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외조직을 대거 철수하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는 KOTRA조직을 더 강화하여 민간부문의 기능을 보완하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니냐』고 강조했다.
여러차례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A상사의 한 고위간부는 『정부의 수출의지는 회의석상에서만 유효하다』면서 『환란극복의 양대과제로 일컫는 수출을 정부 스스로 푸대접하면서 수출증대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최고통치자의 관심과 정책의지가 투자유치, 구조조정, 사정으로 몰려 수출정책은 힘을 가질 수 없고 그나마 확정된 수출지원책도 현장에서 무력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 등 정책의 최고수뇌부들이 앞을 다투어 해외출장에 나서고 있고 외국기업인들의 청와대방문이 관행으로 굳었다.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에는 해당부문의 집중된 관심속에 관련부처들은 시한까지 정해놓고 강력한 추진의지를 과시한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당국자도 『구조조정과 외자유치는 서로 보완의 관계에 있지만 수출과는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수출마인드 부재는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정책의 무관심, 구조조정의 압박, 퇴출의 두려움, 사정의 칼바람등이 맞물리면서 업계는 이제 더이상 수출을 확대할 여력도, 의욕도 없다는 표정이다.
6월 수출실적 마이너스성장은 업계의 사기저하를 그대로 반영하는 불길한 전조다. 6월은 무역의 날 포상실적(전년 7월부터 당해년 6월까지)을 마감하는 달로 매년 12월과 함께 가장 수출실적이 많은 달이다. 포상을 겨냥해 업체의 자존심과 이미지를 위해 전력투구해왔던 업계는 더이상 수출증대에 목을 걸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B상사의 사장은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수출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부을 수 없다』면서 『한번 떨어져나간 바이어는 다시 붙들 수 없는등 수출의 고유한 특성을 감안하면 수출의 난조는 더이상 간과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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