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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에 문제 있다/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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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에 문제 있다/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입력
1998.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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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 모여 살면서 장구한 세월 비슷한 역사적 체험을 함께 하다 보면 사람들의 성격도 비슷하게 될 것이다. 좁은 섬나라에 사는 일본인의 성격과 넒은 대륙에 사는 중국인의 성격이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반도적 기질이란 어떤 것인가. 어느 민족에게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 것이라면 한국인의 단점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국가적 위기에 직면하여 한번 생각해 볼 만한 과제이다. 좋은 점을 들추어내는 일은 요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선 나쁜 점부터 따져보기로 하자. 단점이 너무 많은 민족임을 시인한다.체면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존중하다보니 사람이 솔직하지가 못하고 마음에 없는 말도 곧잘 한다. 그것이 결국 거짓말이 된다.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있는 것도 없는 것처럼 꾸미다 보니 속 다르고 겉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실속은 없는 한심한 국민이 된 것이다.

남의 면전에서는 좋은 말만 하고 돌아서서는 나쁜 말만 한다. 상대방이 그런 줄을 알게 되면 다시는 상종을 안 하려 할 것이다. 약속을 어기는 것이 곧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는 민족이다.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고개도 제대로 못드는 비굴한 인간이 한국인이라고 하면 화를 낼 사람이 많겠지만 왜 화를 내는가 하면 자기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몽주, 성삼문, 안중근 같은 멋있는 사람들이 살고 간 이 땅이 오늘 왜 이 꼴이 되었을까.

누구라도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그 앞에서 떳떳하게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은 없다. 한국의 언론이 반성해야 할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이 잘 되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는 국민성­『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그런 배를 그대로 두고, 『저 못 먹을 밥에는 재(灰)를 뿌린다』는데 그런 손을 그대로 두고 「아시아의 등불」이 되기는 어렵다.

IMF의 수술칼로 우리 민족성의 이런 썩은 부분도 도려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것도 허망한 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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