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식물의 생존 경쟁(권오길의 생물이야기:10)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식물의 생존 경쟁(권오길의 생물이야기:10)

입력
1998.07.09 00:00
0 0

◎뿌리·잎·줄기 등서 주변 식물 성장억제/화학물질 내뿜어밭농사를 짓다 보면 재미있는 일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곡식이 주인의 발걸음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도 맞고, 땅이 정직한 것도 사실이어서 확실히 가꾼 만큼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고랑을 만들어 바닥 흙을 보드랍게 골라 씨앗을 뿌리고 그 위에 고운 흙을 다진 뒤 지푸라기로 덮어두면 3∼4일 내에 샛노란 새 생명이 탄생한다. 「어영차」 고함지르며 흙을 밀고 올라온 움들은 햇빛을 받아 푸른 색을 띠면서 주변의 친구들과 물과 거름을 놓고 다투기 시작한다. 다툼 정도가 아니라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운다. 배추 상추만 봐도 빽빽하게 줄지어 난 놈들 중에 힘 센 몇 놈만이 옆의 싹을 누르고 우뚝 솟는다. 같은 종류끼리도 낑낑거리며 생명을 부지하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자세히 관찰하면 밭두렁에 난 강아지풀 바랭이 방동사니 비름은 이랑에 있는 녀석들에 비해 더욱 길길이 잘 자란다. 묘한 일이 아닌가. 잡초를 뽑아주지 않으면 언젠가 세력을 얻어 채소 반, 잡초 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채소들도 잡초에 저항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뿌리 잎 줄기에서 휘발성 물질을 분비, 다른 식물의 발아를 억제하고 성장을 억누르는 것이다. 이를 타감작용(他感作用) 또는 알레로파시(allelopathy)라 한다.

「거목 밑에 잔솔 못 자란다」는 말도 햇빛을 못 받기 때문만은 아니다. 소나무 뿌리가 갈로탄닌(gallotannin)이라는 물질을 내뿜어 일정한 거리 내에서는 다른 식물의 싹이 움트지 못하게 한다. 토마토도 화학물질을 분비해 근방에는 그령 질경이 도깨비바늘이 못 산다. 뽕나무도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기 위해 헥사놀(hexanol) 리나룰(linalool)같은 40여 종의 억제물질을 분비한다.<權伍吉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