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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맞추방’ 이후 긴박한 韓­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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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맞추방’ 이후 긴박한 韓­러

입력
1998.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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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추가추방 시사 ‘급속 냉각’/정부 모욕적 조치 판단 맞추방/러 “추방 철회” 요구로 강경대응/추가보복 조치땐 사태 예측불허우리정부가 조성우(趙成禹) 참사관 송환사태에 대한 대응조치로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올레그 아브람킨 참사관을 맞추방키로 하고 러시아측도 「추방철회」를 공언하며 추가적 보복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러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정부는 8일 오후 발레리 수히닌 주한 러시아대사대리를 외교통상부로 초치, 아브람킨 참사관을 72시간내에 한국에서 출국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그리고리 카라신 외무차관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이인호(李仁浩) 주러 대사를 불러 『한국측의 추방조치는 부당하다』며 『추방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 보복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러시아측의 추가조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참사관보다 상급직 외교관의 추가추방일 가능성도 있어 이번사태가 추방­맞추방­보복추방식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조참사관 추방조치가 발표됐을 때만해도 한·러우호관계를 감안, 러시아측의 의도를 신중히 파악하는 한편 가능한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는 선에서 매듭짓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해왔다.

그러나 진상파악 과정에서 러시아가 조참사관을 연행, 2시간여나 억류하는 등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을 위반했고 이번 사건을 언론을 통해 의도적으로 공개하는 등 한국의 위신을 실추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점차 강경대응론이 제기됐다. 특히 7일 오후 귀국한 조참사관에 대한 직접 진상조사에서 조참사관이 『러시아주재 4년동안 러시아측이 우리의 외교행위, 특히 외교정보수집활동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추방조치를 내린 것은 외교관례상 상호주의에 비춰 모욕적인 조치』라고 주장한데다 유관부처에서 해외주재 외교관의 사기진작 차원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강경론이 힘을 얻었다.

정부는 그러나 일단 대외적 명분과 국민여론등을 감안, 맞추방이라는 강경조치를 취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이번 사태가 외교관 추방전 이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사정때문에 추방대상자도 4년임기를 마치고 8월말께 귀임할 예정인 아브람킨 참사관을 선택하는등 나름대로 성의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측이 우리측이 수용하기 곤란한 「추방조치철회」를 즉각 요구하고 나온 점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사태라는게 정부당국의 분석이다.

정부당국자는 『외교관의 추방은 대외적인 정부의 공식활동이어서 철회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도 러시아측이 이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행사하겠다는 일종의 협박』이라며 『아브람킨 참사관의 맞추방으로 사태를 일단락지으려는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한·러간의 외교채널을 모두 가동해 사태의 조기진화에 나설 예정이지만 러시아측이 추가보복조치를 취할 경우 한·러관계는 지극히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당국자의 분석이다.

◎아브람킨 누구인가/타스통신 기자로 평양서도 근무 ‘對外첩보국 요원’

우리정부로부터 72시간내 추방요구를 받은 올레그 아브람킨(Oleg Abramkin) 참사관은 주로 동아시아에서만 근무해온 아시아문제전문 정보담당외교관이다.

올해 48세인 아브람킨은 외교관과 해외정보요원들을 다수 배출해온 명문 모스크바 외국어대를 졸업한 수재로 구소련체제시절에는 타스통신 기자신분으로 해외에서 많이 활동해왔다.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아브람킨은 80년대 중반 사실상 KGB가 운영해온 타스통신 자카르타지국장을 지냈으며 평양에도 2차례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는 90년 한·러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된 지 얼마안돼 이타르 타스통신 한국특파원신분으로 부임했었으며 94년 9월부터는 주한러시아 대사관 1등서기관신분으로 옷을 바꾸어 입고 근무해왔다. 탁월한 외국어실력과 기자신분시절 몸에 익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부임지마다 왕성한 활동을 해온 아브람킨은 국내에도 각계에 많은 교분을 맺는등 고급정보채널을 갖고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브람킨과 오랜기간 교유했다는 한 한국 주재 외신기자는 『성격이 워낙 쾌활한데다 붙임성이 좋아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외신기자들과 자주 어울렸다』고 전했으며 정부관계자는 『신분은 외교관이었으나 사실은 러시아대외첩보국(SVR)소속 요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브람킨은 최근들어 한국고급정보원들과 깊숙이 접근하려는등 「과잉의욕」을 보여 우리정보기관의 주목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브람킨은 지난해 참사관으로 승진했으며 8월께면 임기가 만료될 것에 대비해 한때 서울대에 위탁교육을 받기도한 대학생 딸과 고교생인 아들등 가족모두를 본국에 미리 보내고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윤승용 기자>

◎외국의 사례/러­英 獨­이란 수명씩 맞추방

국제 외교가에서 「스파이 활동」을 이유로 서로 상대국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외교관은 주재국 정책결정자들이나 유력인사들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주재국 정황이나 「민감한 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 곧잘 의심의 「표적」이 된다.

그러나 통상 외교관 스파이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최근의 추세는 냉전시대와는 달리 막후교섭을 통해 조용히 처리하는 게 관례다. 중국은 95년 8월 홍콩주재 미총영사관 소속 미공군 장교 2명을 간첩혐의로 조사한 뒤 추방했지만 미국은 막후교섭을 통해 사건을 묻어 두었다.

외교관의 맞추방은 우호국간의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파장이 크다. 명백한 「범법행위」나 「상당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이런 「강공책」을 잘 쓰지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96년 5월 냉전후 최대 스파이 사건으로 불린 러시아와 영국간의 외교관 맞추방 사건. 러시아 외무부 북미국 군축담당 부차관보급이 약 1년반동안 월 2,000 달러에, 건당 별도의 사례금을 받고 영국측에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측은 사건 관련자를 TV에 공개해 망신을 주었고,『스파이 활동을 한 모스크바 주재 영국외교관 9명을 추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영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섰다. 결국 영국은 더이상 스파이 활동을 하지 않고, 러시아는 추방 외교관을 「기피 인물」로 선언하지 않는 조건으로 막후타협, 외교관 4명씩을 서로 추방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이런 「체면 세우기」식 맞대응은 우호국간에는 문제될 게 없지만 비우호국간의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상당기간 외교관계 냉각은 피할 수 없다. 독일은 95년 8월 베를린 주재 이란외교관 2명을 프랑스 폭탄테러 혐의로 추방하자 이란도 테헤란 주재 독일 대사관원 2명을 추방, 최악의 관계에 빠져들었다.<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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