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KBS·MBC 50분 SBS 30분/현 보유물량으론 턱없이 부족/경기침체·막대한 제작비에 새작품 제작도 당분간 어려워10월 국산만화영화의 TV 의무방영을 앞두고 KBS MBC SBS 등 방송3사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와 막대한 제작비로 인해 당장 새로운 만화영화 제작이 불가능한데다 기존 국산만화영화도 의무방영비율에 맞춰 지속적으로 재방송하기에는 편수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가 10일 고시할 「국산만화영화 의무방영비율과 인정기준」에 따르면 방송3사는 10월 가을철 프로그램 개편때부터 KBS와 MBC는 1주일 전체 방송시간(채널당 6,180분 기준)의 0.8%, SBS는 0.48%를 국산만화영화로 편성해야 한다. KBS와 MBC는 1주일에 49.4분, SBS는 29.7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이에 비해 현재 방송3사가 보유한 국산만화영화(극장용 장편만화영화 포함)는 불과 40여편. KBS는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금나라 은나라」 등 20여편, MBC는 「달려라 호돌이」 「보거스는 내친구」등 10여편, SBS는 「내일은 축구왕」 「빛돌이 우주 2만리」등 5편으로 총 방송시간은 대략 1만6,000여분(편당 20분짜리 20회 방영기준). 결국 KBS와 MBC는 1주일에 2회, SBS는 1회 국산만화영화를 재방영할 경우 KBS가 3년, MBC가 1년6개월, SBS가 1년3개월이면 재고가 바닥날 형편이다.
SBS 박광호 편성제작부장은 『만화영화 방영시간대인 오후 5시30분∼6시30분의 광고판매율이 20∼30%에 불과하고 통상 제작비가 1회 1억원(20회 기준 한 편에 20억원)을 넘는 현실에서 국산만화영화 제작은 당분간 거의 불가능하다』며 『결국 1년여 동안은 재방송으로 채우는 동시에 「마패소년 박문수」등 기존 극장 상영작의 판권을 구입, TV를 통해 방송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독립제작사가 만든 작품을 구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것 역시 총감독 부재, 기획력 부족, 자본력 취약등 국내 만화영화의 열악한 제작여건을 감안할 때 시청자가 얼마나 봐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사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문화부가 이번 고시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국산만화 인정기준. 국내제작사가 30% 이상의 제작비를 투자했을 경우에만 국산으로 인정하는데다, 이와는 별도로 기획 대본 디자인 음향 촬영 등 총 15개 항목에 대한 점수평가제를 도입, 순수국산의 경우 22점 만점에 16점 이상, 합작의 경우 13점 이상을 얻어야만 국산만화영화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MBC 프로덕션의 김철영 만화영화팀장은 『국내에서 제작비의 12%를 부담, 국산만화영화로 인정됐던 합작만화영화 「보거스는 내친구」 「걸리버 여행기」등은 새 기준에 따르면 외국만화영화로 분류된다』며 『과거 작품에 대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한 재방송할 수 있는 국산만화영화의 수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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