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부터 19일까지 「취리히 페스티벌연극제」를 열고 있는 취리히 시내는 너무 조용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 존 엘리엇 가디너, 마리스 얀손스등 거장들이 초청됐고 국제극예술협회(ITI)의 고유행사인 세계연극제(Theatre of Nations)에서는 15개국 24개 작품이 공연된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거리의 퍼포먼스는 찾아볼 수 없고 홍보포스터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아무 관심도 없는 듯 하던 시민들은 오후 8시 공연시간에 맞춰 극장으로 모여든다. 어디서 나타났는가 싶다. 연극제가 열리는 극장은 시내 7곳, 시외 4곳. 오페라하우스(1,200석) 샤우슈필극장(823석)을 빼고는 200석 안팎의 소극장들이다. 그러나 극장 위치를 몰라 헤매는 사람은 없다. 극장에 가는 일은 일상적인 나들이나 다름없고 행사는 철저히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한산한 거리와 극장의 환호. 그 대조보다 더 놀라운 것은 시민에 봉사하는 스위스정부의 문화정책이다. 연극제의 예산 350만 스위스프랑(약 32억5,000만원)중 100만프랑은 국고, 10만프랑은 시정부, 8만프랑은 기업·재단의 후원금이다. 150만프랑은 극장이 부담하는데 매년 극장예산을 국가가 지원하기 때문에 큰 출혈은 없다. 매년 오페라하우스는 9,000만프랑, 샤우슈필극장은 3,000만프랑, 소극장인 노이마르크극장은 600만프랑(56억원)을 국가에서 지원받을 정도니 부럽기만 하다. 로스트로포비치, 샤이등 유명 음악가들은 매년 3차례 취리히서 연주회를 갖는다. 세금이 낮은 스위스의 영주권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정부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민들의 문화향유는 이처럼 일상화해 있다. 그래서 수준 높은 페스티벌을 열면서도 생색을 내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는 것이다.<취리히에서>취리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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