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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빅뱅과 슈퍼은행/이백만 경제부장직대(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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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빅뱅과 슈퍼은행/이백만 경제부장직대(광화문)

입력
1998.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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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빅뱅(금융개혁)의 화살이 조흥 상업 한일 등 3개 대형선발은행을 겨누고 있다.「6·29 은행퇴출」로 5개 중소규모 은행이 간판을 내렸다. 이것은 금융빅뱅의 서막에 불과하다. 「6·29은행퇴출」에서 조건부로 살아난 은행은 조흥 상업 한일 외환 평화 강원 충북 등 7개다. 이 가운데 평화 강원 충북 등 3개 은행은 규모가 작아 대세에 큰 영향이 없다. 외환은행은 독일 코메르츠은행과의 합작협상에 성공, 활로를 마련했다. 조흥 상업 한일(약칭 조상한) 등 3개 대형은행의 구조조정 문제가 본격적인 금융빅뱅의 최대현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금융개혁의 성공여부도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조상한」은 명실공히 우리나라 은행계의 간판이자 한국금융계의 자존심이다. 1897년에 창립된 조흥은행은 한국 최고(最古)의 은행으로서 은행계의 맏형이다. 1899년에 설립된 상업은행의 역사도 조흥은행 못지 않다. 상업은행의 2대행장은 영친왕이다. 한일은행은 자산규모 1위의 최대(最大)은행이다. 어쩌다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 등 후발은행에게 뒤쳐지고 말았지만….

「조건부 승인」은행의 생존조건은 아주 엄격하다. 핵심사항인 유상증자는 현재의 증시여건에서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9월말까지 조상한에 대해 각각 3,000억원씩의 유상증자를 완료토록 명령했다. 또 7월말까지 유상증자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자본금납입예탁증서를 첨부토록 조치했다. 유상증자의 시한이 사실상 7월말인 셈이다. 금감위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인수합병(M&A) 명령이나 퇴장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조상한의 주가는 현재 600원대에 불과하다.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이 600원대에 거래되고 있는데 누가 이런 주식에 투자하겠는가. 조상한은 외국투자자를 열심히 찾고 있지만 해외 어느 금융시장에도 「눈먼 달러」는 없다.

정부당국의 빅뱅 압박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금감위는 당초의 방침을 완화할 의사가 전혀 없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7일 『이미 퇴출된 5개 은행외에 더 많은 은행이 정리될 수도 있다』고 금감위를 응원해 줬다.

조상한에 대한 정부당국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압박하는 이유를 모를 금융인은 없을 것이다. 강제적으로 M&A당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M&A를 하여 경쟁력있는 슈퍼은행(초대형민간은행)을 만들라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정부당국의 빅뱅 방향이 방법론상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조상한은 한국금융의 자존심을 절대로 버려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금융빅뱅 대세를 거역해서도 안된다. 당장 금감위의 생존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조상한의 3각 M&A밖에 없다.

이러한 빅M&A는 조상한의 유일한 생존방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부도 M&A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서울은행(옛 서울신탁은행) 등의 예를 들어가며 한국에서는 은행M&A가 성공할 수 없다고 빅M&A를 거부하는 것은 한가한 얘기다. 금융상황이 과거와 180도 달라졌다. 조상한 3개은행이 정예요원을 엄선, 슈퍼은행을 만들 경우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슈퍼은행의 이름이 「아리랑은행」이어도 좋고 「한강은행」이어도 괜찮다. 이 슈퍼은행은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으로서 금융개혁을 주도하며 한국금융사를 새로 쓸 것이다. 만약 빅뱅 대세를 거역한 채 잔꾀를 부리거나 꼼수를 동원하여 생존 그 자체에 급급할 경우 생존에도 실패하고 결국 참담한 퇴장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혹시 조상한의 임직원들이 「썩어도 준치」라는 안일한 사고에 젖어 있다면 큰 일이다.

장철훈(張喆薰) 조흥은행장, 배찬병(裴贊柄) 상업은행장, 이관우(李寬雨) 한일은행장 등 최고경영진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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