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는 뉴욕의 달동네가 무대다. 11월의 추위와 함께 폐렴이라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냉정한 나그네」가 가난한 화가들이 모여 사는 예술가 마을에 찾아온다. 폐렴에 걸린 여성화가 존시는 생의 의욕을 잃고 「창문 밖 담에 붙은 담쟁이 잎이 다 떨어지면 나도 죽는다」는 망상에 빠진다. 밤새 비바람이 몰아친 날 아침, 마지막 잎새가 벽돌담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삶의 의욕을 되찾은 존시는 다음날 할아버지 화가 버먼이 폐렴에 걸려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그 잎새는 버먼이 그녀를 살리기 위해 비바람을 무릅쓰고 담 위에 그린 마지막 걸작이었다. 오 헨리는 1902년부터 타계한 1910년까지 뉴욕에 머물며 빼어난 소설을 여러 편 썼다. 이 작품에서는 뉴욕의 벽돌담과 담쟁이가 선명한 이미지로 남는다. 서울에서 담쟁이가 제 몫을 하는 곳 중의 하나는 창덕궁 옆의 공간사 건물이다. 담쟁이의 푸른 잎이 검은 색 벽돌을 뒤덮고 있는 이 건물은 건축미와 조경미의 탁월한 조화를 보여준다.
■덩굴식물이 건물을 덮으면 벽에는 산성비와 자외선에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표면온도의 일교차, 습도변화가 적어진다고 한다. 콘크리트 표면의 균열과 침식·탈색도 예방되어 건물의 내구성도 높아진다. 한 동안 담쟁이가 콘크리트나 벽돌을 부식시킨다고 잘못 알려져 왔으나, 환경부가 최근 회색도시를 푸르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덩굴식물 심기를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마지막 잎새」같이 담쟁이가 있는 도시 분위기를 1세기 뒤에 맛보게 되는 셈이다. 지난 40년대부터 도시녹화 사업을 해 온 일본은 근래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라는 기치 아래 인간적인 도시 만들기에 힘과 정성을 쏟고 있다. 우리는 우선 값싸고 구하기 쉬운 담쟁이덩굴 으름 인동 줄사철나무 등으로 황량한 벽을 푸르고 정감 넘치게 바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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