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진행중인 서울대병원과 이대병원 등 전국 14개 병원 노조가 9일부터 연쇄적으로 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병원 노조가 파업할 경우 노사 당사자문제에 앞서 환자 치료에 차질이 생기는 의료대란이 걱정된다. 지금은 이 문제도 걱정되지만 14, 15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는 민주금속노련, 공익노련, 공공부문노련 등 향후 노동계 총파업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크다.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원측이 임금 4.2% 삭감안과 개정 노동법에 따른 단체협약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단체협약안이 개악이라며 임금 5%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요구와 파업에 돌입하는 근거로 병원들의 흑자와 무성의한 교섭을 들고 있다. 우리는 이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 보기 전에, 시민의 건강과 인명에 관련된 병원노조가 다른 노조에 앞장 서서 파업을 벌인다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
정부가 병원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단속의지를 보인 것처럼, 병원노조의 파업 강행은 명분이 약하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가 임금인상을 주장하기 앞서 퇴출기업의 노동자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자들의 고통과 그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물론 병원측도 IMF를 악용하여 노조와의 교섭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병원 노조는 자신들이 파업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공언하고 있는 민주금속노련과 공익노련 등의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노동계와 국가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숙고해야 한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실업자문제가 커지자 노동계의 반발이 분쟁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임금·단협 교섭 역시 많은 경우 임금삭감 등 노조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노조들이 총파업 강행을 밝히고 있다.
지난 5월 제2기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산업의 개별적 문제가 돌출돼 나오면서 대타협에 쉽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7일에는 한국노총이 2기 노사정위가 가동된 이후 처음으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조치에 반발, 노사정위에 불참했고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주노총도 공기업 민영화 발표에 대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향후 노사정위의 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노사정위는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타협점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계는 총파업 등을 자제하고 노사정위 안에서 합리적으로 주장하고 또한 타협하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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