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亂이후 수십차례 발표… 件數행정 표본/中企지원 명분집착 대기업 역차별도 문제『한국에는 수출지원정책이 없다』
정부는 지난해 환란(換亂)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수출활성화대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이 알맹이가 없다. 정부당국자들은 수출산업이 어느정도 피폐해졌는지도 모르고 수출을 활성화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 말로만 수출제일주의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주재의 수출진흥확대회의가 12년만에 부활됐지만 여기서 나온 수출대책들은 현장감이 없다. 수출업계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모른채 건수위주의 발표만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출환어음 매입지원, 원자재수입지원, 무역금융확대, 신용보증 활성화, 수출보험활성화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환란으로 망가진 금융시스템을 복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대부분이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을 겨냥하고 있다.
정부의 수출지원책들은 정작 은행의 메커니즘속에 무기력하게 함몰되고 있다. 수출환어음매입 원자재수입지원 무역금융확대등의 조치들은 대부분 은행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자기자본비율(BIS)맞추기에 급급한 은행의 입장은 일선창구를 통해 유형 무형의 새로운 장벽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종이와 가방을 수출하는 신생무역업체 H사는 최근 일본에서 100만달러의 가방수출을 주문받았다. 그러나 4개 하청업체의 신용장이 개설되지 않아 수출이 벽에 부딪쳤다. 주거래은행이 주문가의 150%를 담보로 요구했고 이를 감당하지못한 H사는 결국 다른업체의 신용장을 이용해 주문량의 일부만 소화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는 중소수출업체 지원책을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이 중소기업에는 그림에 떡이라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대부분 지원책들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은행창구에 가보면 담보요구와 꺾기관행 등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지원책을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은 규모가 큰 기업이거나 자금사정이 좋은 업체들』이라고 밝혔다.
재벌정책과 맞물린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도 수출난맥상의 한 축을 형성한다.
종합상사를 포함한 대기업의 수출은 전체에서 절반이상. 대기업의 수출은 지금까지 대책에서 완벽하게 도외시되어 왔다. 여기에 정부는 8일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대기업의 무역금융지원 불가방침까지 확정했다.
종합상사의 A사장은 『환란극복을 위해 외국인차별까지 폐지하고 있는 투자부문에 비하면 대기업수출에 대한 역차별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퇴출 빅딜등 구조조정과 거의 모든 기관이 동원되고 있는 사정돌풍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고 보니 대기업의 수출의욕은 이미 꺾일 대로 꺾인 상태』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대기업수출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하반기 수출증가율은 사상최저수준(1∼2%)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소기업수출은 명분이 있는 반면 당장 분위기 반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맹점이 있다』고 실토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새 정부의 수출활성화 주요 조치
▲수출환어음매입지원
·수출환어음 담보대출(97.12)
·수출환어음 외환지원(5.1)
▲원자재수입지원
·IBRD 자금지원(4.6)
·외환보유고 지원(4.23)
▲무역금융확대
·총액한도 대출규모 확대(97.12)
·업체별 융자한도 확대 및 단가인상(4.21)
▲신용보증활성화
·보증기간의 보증운용배수확대(97.12)
·중소기업 보증한도확대(1.26)
·ADB 자금 특별신용보증(1.12)
·수출보험공사 수출신용보증확대(7.1)
▲수출보험활성화
·수출보험부보율 성향조정(7.1)
·중소기업 보험료할인 확대(7.1)
·외환표시보험제도 확대(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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