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선수가 연장전 끝에 98US여자오픈골프대회 정상에 올랐다. 지난 5월의 98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에 이은 메이저대회 2연승으로 IMF시대를 사는 국민들의 시름과 월드컵축구 16강진출 좌절의 한을 풀어준 쾌거였다. LPGA챔피언십 우승 당시 신인선수의 깜짝쇼쯤으로 치부했던 세계 골프계는 각종 신기록을 동반한 이번 우승에 박세리시대의 개막을 인정하고 있다.추아시리폰과의 20홀에 걸친 연장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관전하는 것 조차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피를 말리는 중압감을 떨치고 우승을 거머쥔 박선수의 정신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연장라운드 18번 홀에서 공이 못옆 경사 러프에 빠졌을 때 골프화를 벗고 물속에 들어가 공을 쳐내 위기를 극복하는 승부근성은 정말 프로다웠다.
『나의 사전에는 신경질이란 말이 없다』는 박선수의 말은 강한 승부근성과 정신력을 말해준다. 이번 우승은 21세답지 않은 정신력과 미국에서 갈고 닦은 기술이 조화를 이뤄 엮어낸 「신화」란 점에서 그동안의 노력이 어떠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세계 골프계가 앞으로 20년은 박세리가 여자골프계를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으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앞으로 이같은 상승세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박선수의 과제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법이다. 그의 이번 우승은 LPGA투어 데뷔 첫해 메이저대회 2연승, 최연소 한 시즌 메이저대회 2승 등 골프사를 다시 쓰게 할만큼 기록을 양산했기 때문에 자칫 자만에 빠지기 쉽다. 지난 5월의 우승이후 한번도 10위안에 들지 못했던 것을 거울 삼아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가다듬어야 한다.
국민들도 잘할 때만 박수칠 것이 아니라 어려운 때일수록 격려하는 자세로 박선수의 발전을 후원해야 한다. 박선수는 이제 멋진 출발을 했을 뿐이다. 국민들의 골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한결같은 지원만이 박선수를 여자골프계의 보다 큰 거목으로 키울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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