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분석대상으로 문학읽기/박완서·김승희 작품 분석 등 고정된 학문의 틀 타파 모색학계의 「논문중심주의」를 질타하며 새로운 「글쓰기」의 문제를 제기해 우리 인문학계를 흔들었던 젊은 철학자 김영민(40·전주 한일대 교수)씨.
김교수의 근저 「손가락으로, 손가락에서: 글쓰기(와) 철학」(민음사 발행)은 바로 철학자가 어떻게 지금의 한국문학을 읽고 거기에서 철학적 사유와 행동을 이끌어내는가를 보여준다. 그는 박완서씨의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고는 『철학과 종교가 등을 돌리고, 어설픈 세속주의와 어설픈 종교주의가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소인배 노릇에 바쁜 지금, 우리는 그리 비범하지 않은 한 어머니가 남긴 슬픔의 기록을 통해 책려(策勵)의 음성을 듣게 된다』며 『삶에 동반한 고통과 슬픔 앞에 눈물로써 다 씻지 못하는 충혈된 눈으로 신과 인간을 번갈아 돌아보는 그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라고 말한다. 김승희시인의 작품들은 그에 의해 「니체와 동침한 증거」를 포착당하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인의 숙명」이라는 철학적 분석의 대상이 된다.
그는 이처럼 자신의 전공인 「철학」이라는 고정된 학문의 틀 자체를 끊임없이 부수고 또 새로 개척해나가려는 시도를 하는 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김교수가 소설과 시를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바로 철학의 단초이다. 철학자면 철학자, 문학평론가면 문학평론가 하는 식으로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인문학의 한계를 김교수는 자신의 작업으로 타파하고 그럼으로써 「글쓰기」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갈무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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