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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체계 ‘엉망’/마구잡이 남발 “더 이상 쓸 번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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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체계 ‘엉망’/마구잡이 남발 “더 이상 쓸 번호가 없다”

입력
1998.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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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번호 무려 144개/땅넓은 미국보다 많아/휴대폰마다 식별번호 民願 특수번호도 과잉전화번호체계가 엉망이다. 전화번호가 오히려 이용자의 편익을 무시하고 통신사업자간의 공정경쟁을 해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업계의 이해관계와 담당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가 맞물려 전화번호가 수년 째 마구잡이로 남발되고 있다. 급기야 더 이상 쓸 번호가 없는 「번호자원 고갈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남북통일에 대비한 번호정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국민편익무시한 번호정책

잘못된 전화번호 하나는 온 국민들에게 엄청난 불편과 비용을 강요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외전화식별번호(DDD). 국내에는 서울 「02」를 비롯해 144개 DDD가 부여돼 있다. 하지만 남한보다 몇십배 넓은 미국땅도 120여개에 불과하다. 이렇듯 많은 DDD로 국민들은 자주거는 지역외에 전화를 걸라치면 늘 노트를 뒤져야하는 수고를 수년 째 강요받고 있다. 시내전화료를 내는 30㎞이내 지역간인 데도 DDD를 눌려야만 전화가 걸리는 어처구니없는 「난센스」들이 난무하고 있다.

휴대폰번호도 이용자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졌다. 업체별 식별번호없이 4자리 국번으로 사업자를 구분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에는 「011」, 「016」과 같이 5개 휴대폰 모두 식별번호를 꿰차고 있다. 업계로비에 놀아난 정책탓에 국민들은 3자리번호를 더 눌러야 하고, 5개의 식별번호를 기억하거나 메모해야 하는 불편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남발되는 특수번호

범죄 「112」, 인명구조 「129」, 화재신고 「119」, 간첩 「113」, 밀수 「125」, 마약 「127」…. 특수번호가 남발되고 있다. 미국의 응급구조 「911」의 영역이 국내는 무려 10개 가까운 번호가 담당하고 있다. 특수번호란 긴급처리가 필요한 특수목적용 전화번호. 하지만 국내는 일반 번호로도 충분히 가능한 데도 특수번호가 무차별적으로 부여되고 있다. 이는 공공기관의 이기주의 때문인 데 이로인해 무려 40여개의 특수번호가 운영중이다.

업무가 중복되는 특수번호가 비일비재하다. 민원 「120」, 전기 「123」, 기상 「131」, 법률상담 「132」, 관광 「134」등이 있지만 비슷한 서비스의 「13XX」계열의 특수번호가 또 있다.

교통정보 「1333」, 자원봉사 「1365」, 청소년보호 「1388」 부정식품신고 「1399」 등은 일반 번호를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하루 통화수도 얼마되지 않는다. 정통부가 공공기관의 압력과 로비에 못이겨 무차별적으로 남발한 탓이다.

■잘못된 번호는 돈먹는 하마

144개 DDD를 선진국형의 15개로 광역화하는 데 소용되는 비용은 대략 3조원. 또 DDD와 휴대폰 3자리 식별번호를 더 눌러야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추가비용도 무려 수조원대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신트래픽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천문학적인 통신시설부담을 주는 번호를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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