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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장편 ‘뿌리와 날개’/혼혈인 통해 본 韓­美 문화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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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장편 ‘뿌리와 날개’/혼혈인 통해 본 韓­美 문화의 그늘

입력
1998.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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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넘치는 대화/해학·남성적 문체 묘미소설가 이윤기(51)씨가 뒤늦게 풀어보이기 시작한 이야기보따리는 참으로 풍성하다. 그가 새로 내놓은 장편 「뿌리와 날개」(현대문학사 발행)는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했으면서도 20여년간 번역가로만 활동하던 그가 그동안 몰래 꾸려온 소설보따리에서 내놓은 또 다른 알짜다. 삶에 대한 균형잡힌 통찰, 그것을 풍성하게 가꿔주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인문적 교양, 군더더기 없이 시원시원하고도 재기어린 남성적 문체로 이뤄진 그의 소설은 한국문학에 오랜만에 나타난 자산이다.

「뿌리와 날개」는 그가 최근까지 생활했던 미국 체험을 짙게 담은 소설이다. 「시계가 시계 방향으로 도는 나라」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나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군인의 손자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시논」을 만난다. 그에게 뿌리는 한국이지만 날개를 달아주어야 하는 것은 미국이다.

시논에게서 동성애의 유혹도 받으면서 혼혈인으로서의 그가 겪어야 했던 삶의 그늘을 알게 되는 주인공이 깨닫는 한국과 미국,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라는 문제를 작가는 「나」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흥미롭게 풀어보인다. 단문 위주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 작가 특유의 해학적 묘사는 소설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이씨는 최근들어 한 달이면 새 작품을 1∼2편씩 발표해서 『이렇게 많이 써도 되나』 소리를 들을 정도로 창작력이 왕성하다. 그러나 그는 『나이 먹어 주책이라지만, 앞으로 써야 할게 너무 많다』고 점잖게 너스레를 떨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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