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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인 최초 한중일 교류사 논문 낸 페스트라이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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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인 최초 한중일 교류사 논문 낸 페스트라이시 교수

입력
1998.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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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연구에 한국 비중 높아져”/서구학계 中·日 편중 자성바람/한국 규장각 자료가치도 높아한국과 일본은 근대 중국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수용했을까. 엠마누엘 페스트라이시 미국 일리노이주립대(동아시아 언어문화과) 교수가 서구학자로는 처음으로 한중일 3국의 문화교류를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하버드대에 제출, 통과된 「한국과 일본의 중국 구어체 소설 수용태도(The Reception of Chinese Vernacular Narrative in Korea and Japan)」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17세기 이후 유행한 중국 구어체소설에 대한 한일 양국의 수용태도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페스트라이시 교수는 논문에서 청나라의 구어체소설이 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 수용 양상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이 소설의 독자층은 주로 여성과 평민 이하 계급이었다. 당시의 지배층, 즉 양반 이상의 지식층은 구어체소설을 거부하거나 기피해 책읽기는 은밀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때문에 소설들은 작자미상의 필사본으로 비공개적으로 전파됐다. 그러나 일본은 지배층부터 앞장서서 중국의 구어체소설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였다. 19세기에는 대량출판을 통해 구어체소설 대중화를 꾀하기도 했다. 일본은 중국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이는 수단의 하나로 구어체소설을 택했다. 페스트라이시 교수는 『이같은 양상은 양국 지배계급의 특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사대부들은 만주족이 세운 청의 문화를 무시했던 반면 일본의 지배계급이었던 사무라이(武士)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서 외국문화를 수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학계는 페스트라이시 교수의 논문이 그동안 동아시아 연구에서 중국과 일본에 편중했던 서구학계의 연구방법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고 있다. 페스트라이시 교수는 『최근 서구학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한중일 세 나라의 교류사를 간과하고 일본과 중국중심으로 진행돼 온 연구방향에 대한 자성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사라진 중국자료의 필사본이 한국의 규장각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한국은 자료연구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일대 중문과와 하버드대 대학원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일본·중국전문가. 그러나 『동아시아 연구에 한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95년 8월 첫 한국방문길에 눌러 앉아 3년 가까이 서울대에서 한국문화를 연구해왔다. 이번 논문도 한국에서 작성했다.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최근 일리노이주립대 동아시아언어문화과 교수로 임명돼 4일 귀국했다.<김철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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