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明 日 여인 ‘그림서 빛이…’ 감탄/음양 韓日 조화담은 6호作/高價불구 여인에 싼값 팔아구상과 비구상을 병치하는 「하모니즘(조형주의)」의 작가 김흥수(79) 화백은 근작 중에서 지난 해 그린 6호 크기의 「미륵불」에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일본 교토(京都) 고류지(廣隆寺)의 미륵불을 구상으로, 만다라의 이미지를 추상으로 한 화면에 병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3월에 거의 실명상태인 50대의 일본여성 야스나가 지요코(安永千代子)씨에게 팔렸다. 호당 평균 500만원인 초고가의 작품을 그는 「특별히 싸게」, 그것도 10개월 할부로 넘겨주었다. 평소 작품관리에 엄격한 그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파격이다.
3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남북평화미술전을 찾은 야스나가씨는 근시가 매우 심해 옆 사람의 얼굴도 거의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그가 『그림에서 빛이 보인다』며 김화백의 그림 앞을 떠나지 않았다. 큐레이터가 그림의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작가가 추구하는 하모니즘은 음과 양, 남과 여, 한국과 일본의 조화를 말하는 것이며 그는 일본에 「특별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화백이 도쿄(東京)미술학교(현 도쿄예술대학) 2학년때인 1942년, 학교는 교수보다 교련교사가 더 많을 만큼 군국주의적 분위기였다. 한국학생 한상익(재북작가·97년 작고)씨의 장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교련교사가 시비를 걸었다. 괄괄한 한씨와 싸움이 벌어졌고 교사는 칼을 빼 그를 겨누었다. 일본학생들이 말려 더 큰 불상사는 나지 않았다. 김화백은 이때 『제국주의가 나쁜 것이지 일본인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큐레이터는 이렇게 김화백과 일본의 인연을 들려주었다.
야스나가씨는 박해받은 한국인들의 사연을 듣고 『나도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남편이 끊임없이 구타하고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륵불의 자비심과 김화백의 심성, 나의 처지가 합쳐져 이런 기적이 일어난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야스나가씨에게 김화백은 전례없이 그림을 싸게 팔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도 흐뭇해 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하고 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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