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binas is ours」. 포클랜드전쟁에 패한후 한 때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엔 이런 글귀가 씌어진 거대한 빌보드가 세워졌다. 「말비나스」는 바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포클랜드섬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섬은 아르헨티나에서 동쪽으로 약 500㎞ 떨어진 황무지로 1833년이래 영국의 점령지였다. 그런데 이 섬의 영유권을 놓고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1982년 미소첩보위성과 첨단 전자무기가 동원된 세계전사에 남을 전쟁을 치렀다.■당시 군사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갈티에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 섬을 전격 점령하자, 영국정부는 앤드루 왕자까지 태운 원정함대를 파견하였다. 전세계 사람들의 구경거리였다. 처음에 아르헨티나가 프랑스제 엑조세미사일로 영국구축함을 침몰시키는 등 전과를 올렸으나, 종국에는 영국의 콩커러 잠수함의 위력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패전으로 갈티에리가 하야한후 아르헨티나는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었고, 영국은 「대처의 시대」가 꽃피기 시작했다.
■프랑스월드컵 16강전에서 격돌한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축구경기는 외신들이 전하듯 이번 월드컵의 명승부였다. 오웬의 드리블슛은 마치 콩커러 잠수함이 쏜 어뢰같았고, 아르헨티나의 프리킥은 엑조세미사일처럼 잉글랜드 골문을 파고 들었다. 말 그대로 축구전쟁이었다. 신의 손은 공평한 것일까. 포클랜드에서 졌던 아르헨티나가 축구장에선 이겼다. 「Soccer is ours」. 아마 영국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패배를 달랠지 모른다.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는 참으로 전쟁과 흡사한 경기라는 생각을 해본다. 축구처럼 국민감정을 응축시키는 스포츠도 드물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처럼 비슷한 실력과 국민감정으로 축구대결을 벌이는 나라로선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축구때문에 전쟁을 치른 나라도 있지만, 축구공엔 세계를 하나로 묶는 「평화의 효모」같은 것이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선 어떤 멋진 축구전쟁들이 펼쳐질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