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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更張’ 필요하다/김진현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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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更張’ 필요하다/김진현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입력
1998.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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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룡 목사는 이 위기의 책임이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제일주의에 있다고 했다. 유신(維新) 5공의 부실기업정리 방식을 탓하는 분석도 있다. 80년대 중반 약간의 경상수지 흑자에서 통화량조절이 어려워지자 달러를 마구 쓰자고 주장한 재무장관 말을 인용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대 정운찬 교수는 6공말 YS초기에 재벌업종 전문화를 포기한데 있다고 말한다. 또 기능주의자들은 YS정권의 종금사(綜金社) 허가남발과 환율절상에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또 정운찬 교수와 조지워싱턴대학의 박윤식 교수는 강경식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 후임자의 책임이 더 중하다고 주장한다. 보다 중요한 책임은 우리 지도자들의 총체적 도덕적 부패에 있다.우리는 대단히 비극적인 모양의 국난을 맞았다. 지금까지 국난은 일제침략(日帝侵略), 분단, 전쟁 등 모두 외세가 주인(主因)이었으나 오늘의 국난은 내생적(內生的)인 것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1년만에 그것도 이 땅의 대통령후보들이 2000년대초 「세계 5대 경제대국」을 공약(公約)하는 선거도중에 위기가 현현되었다는 것이 참담할 만큼 비극적이다.

지금 국난은 ①외환, 금융·기업구조조정과 실업 ②이 경제 조치와 맞물린 체제 선택 ③세계적 준(準)대공황이라는 세 가지의 위기를 맞았다. 지금 이 국난에 처하여 개혁·개척지향의 민족적 정열과 의지가 용솟음치지 않고 도덕적 허무주의와 정당성, 정체성, 정통성에 대한 아나키즘이 팽배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 성공 기적이라 불리던 신화들이 깨졌고 깨지고 있는데, 그 신화의 주인공들로부터 한마디 반성이나 참회가 들리지 않고 오히려 책임전가와 오만과 역습까지 하기 때문이다. 한국병의 원천은 도덕적 해이·부패 때문이다. 총체적 부패가 총체적 국난을 불렀다. 그래서 누구도 과거, 한국병의 과거, 부패의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적으로 「역사바로세우기」의 갈증이 있고 항상적으로 정당성, 정체성 확립에 실패하고 있다.

이 총체적 부패, 총체적 도덕적 해이로부터 투명성 정당성 정상성으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국난극복의 국민적 정열과 의지, 그리고 공정성과 사회통합을 이룩하려면 바로 공익의 중심에 서 있는 지도자, 특히 정치지도자들을 도덕적 기준에서 재평가하는 구체적 작업이 있어야 한다. 이 나라 부패의 원천적 책임이 「정치부패」에 있기 때문이며 또한 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의 열쇠를 정치지도자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금융인, 노동자, 미네르바의 부엉이들에게도 이 국난의 책임, 총체적 부패의 책임이 있지만 순서로 보면 하수인이고 기업인은 공범자이다. 따라서 정치지도자들의 참회, 참회를 통하여 스스로를 후퇴하거나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던져 개혁하는 도덕적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 국난극복의 첫 수순이다. 역사의 경험은 경제, 교육, 사회, 그 어떤 개혁작업도 결국 정치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그 실효가 적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한 사회의 변혁, 특히 위기와 국난속의 총체적 개혁기에 최고의 효율은 도덕성, 특히 최고지도자들의 높은 도덕성이다. 비상한 나라의 비상한 위기를 극복키 위하여 선진화(「善」進化)를 지향하여 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 한 국난극복은 어렵다.

그러기 위하여 특별법을 만들어 지도자들의 고백, 참회를 제도화하고 그런 후 사법적으로 사면하고 실무급의 과거는 일체 사면하는 특단의 「도덕경장」(道德更張)조치가 필요하다. 또 과거 지도자들이 스스로 소유(所有)를 버리는 대신 그 과거를 용서하는 지도자 문화의 혁신을 위한 제전(祭典)이 필요하다. 이런 도덕적 필터링의 과정을 거친 도덕 경장조치가 없는 한 이 땅은 허무주의와 동물적 이기주의의 홍수를 맞아 비상한 변화, 변측적 변화를 잉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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