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과 낭비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공기업의 구조개혁이 민영화로 가닥을 잡고 포철 한국중공업등 5개공기업과 그 자회사 21개가 바로 매각절차에 들어간다. 또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등 6개공기업은 대통령 임기중인 2002년까지 단계적인 민영화작업에 들어간다. IMF체제이후 경제 각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의 요청이 절박한 가운데서도 막상 민간부문의 개혁을 선도하고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공공부문의 개혁이 지지부진했던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강력한 실천의지를 담은 공기업 민영화 추진일정과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고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문제는 실천이다. 역대 정부가 그동안에도 수차례에 걸쳐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기득권에 집착한 소관부처의 이기주의와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등 그럴듯한 구실에 밀려 항상 소리만 요란했다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추진주체인 정부부처부터가 처음부터 실천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하에 큼직한 공기업을 거느리고 있으면 인사적체해소등 여러 면에서 편리하고 얻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정부 스스로 공기업 구조개혁의 실천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도 없이 민간부문에 구조조정을 아무리 독려하고 이래라 저래라 말해봐야 설득력도 없고 그럴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신뢰 잃은 정부가 대기업과 금융의 구조개혁을 제대로 리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결국 우리경제의 IMF체제 극복도 좌절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가 유의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리 한푼의 외자가 아쉽고 막대한 구조조정비용 조달이 시급한 과제라고 해도 너무 이에 집착한채 공기업 민영화의 본질적인 목적을 소홀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민영화의 목적은 무엇보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국가기간산업의 경영효율을 높여 국가경쟁력의 기반인 공공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민영화계획은 공기업의 매각을 통한 재원확보 의도만 두드러지고 경영효율화의 비전은 소홀한듯한 우려를 낳는다. 공공독점이 단순한 민간독점으로 바뀌고 기간산업이 외국자본의 횡포에 놀아나 공공요금이 오르고 공급차질이 빚어지는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하는 세심함이 요구된다.
값도 제대로 받아야 한다. 냉전체제이후 성급하고 무계획적인 민영화로 국가기간산업이 선진국 자본에 장악된채 스스로 재기할 가능성마저 상실한 러시아와 동유럽의 선례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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