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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확실… “늦기전에 떠난다”/해외 이민·취업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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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불확실… “늦기전에 떠난다”/해외 이민·취업 실태

입력
1998.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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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속 불안에 떠느니 외국가서 2∼3년 고생하자”/30代가 이민설명회 가득메워3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배웅나온 수십명의 일가친척들이 노모를 위로하고 있다. 고국땅을 떠나기가 아쉬운 노모와 며느리는 연신 손수건에 눈물을 적시며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다. 전산개발회사에서 8년동안 일하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떠나는 김모(37)씨 일가족의 모습이다. IMF위기 이후 부쩍 늘고 있는 국제선 청사의 풍경이다.

「왜 이민인가」 고려이주개발공사 김인호(33)팀장은 『사회가 이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취업을 목적으로 한 젊은 층의 이민러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S통신 전산부 과장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시스템 애널리스트 경력만 13년째인 장모씨(40). 그가 이민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정리해고를 골자로 한 노동법파동과 기업들의 잇딴 부도를 보며 이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IMF사태가 터지면서 정리해고 폭풍이 몰아친 지난 1월 그는 과감히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장씨는 『불확실S할 미래가 이민의 동기』라며 『지금이 아니면 더이상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올해말 캐나다로 떠날 예정인 그는 구미지역에서 컴퓨터 전문가에 대한 기업수요가 늘어 취업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 제빵·제과기술학원도 다니고 있다.

S건설 플랜트 건설부문 과장으로 일하다 부서가 통채로 정리되는 바람에 해직된 정모(39)씨는 『경제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해외에서 2∼3년 고생해서 정착하는 것이 가족이나 나의 미래를 위해 나은 선택』이라며 『10여명의 부서원중 3명이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IMF사태이후 이민은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대안으로 다가왔다. 최근에 이루어진 이민설명회는 대부분 30대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50대이상의 중년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심지어 갓 졸업한 대졸자들도 이민설명회를 찾고 있다는 것이 해외이주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세계이주공사에 따르면 한달 신규 이민신청자는 35가구정도, 이가운데 취업을 목적으로 한 독립이민자 수는 60%이상이다. 이회사 김문기(44) 이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월 평균 15∼20가구와 비교하면 거의 두배이상 늘어났으며 독립이민자가 급증추세』라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이민을 생각하게 되는 큰 이유는 더이상 평생직장은 없다는 인식이다. 이들은 직업인으로서 보다 나은 대우와 여건을 찾아 새로운 나라로 떠난다. 이들은 세계화한 의식으로 단순히 「고국」이라는 정서에 매달리지 않는다. 특히 컴퓨터 관련업종 종사자들은 구조조정이 한창인 국내정보통신업계의 실정과는 달리 호황으로 컴퓨터전문가들이 모자라는 구미지역을 겨냥해 이민러시를 이루고 있다.

최근 이민설명회에서 만난 김모(40·S전자 차장)씨는 『IMF이후 더이상 회사를 믿을 수 없게 됐다』며 『평생직장이 되지 못할 바에야 더 나은 조건과 환경을 찾는게 낫다고 생각하고 이민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헤드헌팅업체인 휴먼서치 한재욱(35) 실장은 『정보통신, 전자, 컴퓨터관련 고급인력은 대부분 해외취업을 원하고 있다』며 『하루 30여건의 신청이 접수될 정도로 폭발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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