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에서 처음 느낀 것은 모든 것이 속도와 역동성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나의 한 동료는 한국인은 참을성이 없는 사람들로, 시내교통이나 은행에서 줄을 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사회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는 의지에서도 한국사회의 역동성은 나타난다. 예를 들면, 구두를 닦을 필요가 있다면 누군가가 사무실로 찾아와 구두를 닦아 준다. 우유나 물이 필요하면 문 앞까지 배달해 주기도 한다. 또 파손된 사무실 의자는 누군가가 가져가 고쳐 중고품으로 판다.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면 그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람이 즉시 나타난다.
나는 한국에서 제품 개발의 속도와 한 제품의 수명이 유럽에서보다 훨씬 짧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브랜드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드와 가시적인 브랜드 가치가 필요하다. 물론 한국에도 재벌들이 브랜드들을 가지고 있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그들이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발전시키고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가. 유감스럽게도 어느 정도까지만이다. 역동적이고 빠른 제품개발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브랜드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속도의 함정인 것이다.
또 다른 역동성의 예로는,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경제적 위기를 맞아 자신을 적응시키는 한국인들의 속도를 들 수 있다. 항상 그렇듯이 모든 제품의 소비가 하룻밤 사이에 크게 떨어질 정도로 한국의 소비자들은 위기에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몇주후 내가 근무하는 빌딩에서는 엘리베이터가 격층 운행을 하고 닫힘 버튼이 없어졌다. 점심시간동안 에어컨과 사무실의 불도 꺼졌다.
이러한 사소한 일, 또는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위기대응」이라는 명제하에 빠르고 역동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항은 어떠한가. 재벌들은 「여느 때처럼」 그들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수익성이 없어 벌써 도산했어야 할 기업, 혹은 은행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 역동성은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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