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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남자/송영주 주간한국부차장대우(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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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남자/송영주 주간한국부차장대우(여기자 칼럼)

입력
1998.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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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 소주 한두잔 걸치고 귀가해야 진짜 남자로 대우받지, 일 끝나자마자 집으로 직행하는 남자는 한국사회에서 윔피 가이(Wimpy Guy:허약한 남자) 취급을 받는다…」 2년전 미국서 연수중일 때였다.「볼티모어 선」신문은 현지에 소주공장이 생길 것이라는 뉴스를 전하며, 한국남자의 호방한 술문화를 특집으로 실었다.그때 신문을 읽으면서 떠올린 것은 늘 독한 소주에 절어 있으면서 일에 생명을 걸고 사는 한국남자들의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직행이건, 곡행이건 사실 무슨 차이가 있으랴. 어차피 한국서 숨쉬며 살아가는 남자들은 윔피 가이가 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남자는 여자들보다 우월한 존재여야 한다고 평생 주입교육을 받으며, 강인함이야말로 사내 대장부의 기질로 권장받고 자라온 가부장적 권위 의식의 한국 남자들이 아닌가.

그러나 IMF 소용돌이는 한국남자들의 대장부 풍모까지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축 늘어진 어깨, 힘없는 눈빛에서 긴 세월 우리사회를 지배해왔던 남성우월주의의 급속한 퇴장을 실감한다.

사방 둘러봐도 실업, 구조조정, 정리해고 온통 숨막히는 뉴스뿐인데 어느 남자가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고 마냥 남자다움을 내세울 수 있을까.「진짜 남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술을 마실만큼 한가한 세월 또한 아니다. 분노와 좌절을 달래기 위한 한잔 술이면 또 몰라도.

서구산업의 서비스화, 소프트화 역시 남자의 강인함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 강인한 힘은 IMF 시대에서 더이상 가치있는 특성이 아니다. 여자의 특성이라 여겼던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남자에게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우월주의의 급격한 해체를 남자들은 위기라 여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드러움과 섬세함은 사실 그동안 여자들이'좋은 남자`를 헤아리는 중요한 단서였으니까. 허약함(윔피 가이)과 부드러움의 차이를 명확히 알고, 윔피 가이 되는 일만 피하자. 퇴근해 현관문을 열어주는 아내에게 『오늘 집에서 힘들었지』먼저 한마디 툭 던지는 남편, 어떤가. 소프트한 남자,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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