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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조재용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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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조재용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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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전화통화를 누군가가 엿듣고 있다고 해 보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부자유스러울까. 만일 그 누군가가 나에 대해 뭔가를 캐기 위해 상시적으로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있다면 또 어떨까. 소스라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끊임이 없는 것이 도청시비다. 정보통신의 눈부신 발달과 함께 도청기술도 날고 뛰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서울 세운상가일대에는 도청장비를 취급하는 곳이 100여 군데나 된다고 한다. 몇십만원만 주면 간단한 도청장비를 그 자리에서 구할 수 있다.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발신기가 잘 나간다거나 1㎞밖에서도 통화내용을 잡을 수 있는 첨단장비들이 「보편화」해 있다는 사실 등이 이미 보도된 적이 있다. 일본에서도 도쿄의 전자제품 상가로 유명한 아키하바라에 가면 5만∼10만엔정도로 도청기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도청기기만 발달하는 것이 아니다. 도청기기 세트를 파는 곳에서는 도청방지 장비도 구할 수 있다. 10만원대의 텔레키퍼라는 장치를 전화기에 달면 도청시 경보음과 함께 경고램프가 깜박인다고 한다.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사무실내 도청여부를 적발, 이를 제거하는 전문업체들이 재미를 본다는 얘기도 들린다. 고정고객층이 확보돼 있다는 것은 도청에 신경을 쓰는 수요가 그만큼 많고, 또 도청행위가 퍼져 있다는 뜻도 된다.

■안기부는 5월25일부터 각 장관실 등의 전화선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다. 간첩이나 불순분자들의 정부기관 도청가능성을 탐지하기 위한 이 작업은 11일까지 계속된다. 과거 정보 수사기관의 불법도청은 가장 큰 시비거리였지만 이종찬안기부장은 지난 3월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어떠한 불법감청도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며칠전 여야는 도청의혹 공방을 벌였다. 진위는 알 수 없되 연일 이어지는 한나라당의 야당연습이 볼거리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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