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을 잘못 세운 것일까. 아니면 작전 자체가 없는 것일까. 6·29 금융빅뱅 이후 금융경색사태를 되돌아보면 정부의 「부실은행 퇴출작전」이 일관된 전략없이 각개격파술만으로 짜여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빅뱅 첫날인 6월29일. 전날까지도 금융감독위원회는 『업무정지후에도 예금지급과 어음·수표결제는 걱정말라』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퇴출은행 직원들의 집단적 인수거부로 하룻만에 「실언」이 되고 말았다.
6월30일. 퇴출은행 업무마비로 어음·수표결제가 중단돼 기업들이 연쇄도산위기에 몰리자 금감위는 부랴부랴 대책강구에 나섰지만 결제연장→재연장→부도처리→부도취소→업무중단이후 도래분 어음·수표입금금지→수표입금허용등 최종지침은 하룻새 다섯번이나 번복돼 시달됐다.
1일. 조건부 승인은행인 충북·강원은행에 대해 29일 감자명령과 함께 주권거래를 정지시켰던 금감위는 다음날(30일) 증권거래소에 「1일부터 거래재개」를 요청하더니 정작 1일 오전이 되자 이를 재취소했다.
2일. 퇴출은행 실적배당신탁상품을 인수은행에 강제로 떠맡겼다. 실적배당상품 인수여부는 처음부터 자율에 맡겨졌었지만 막상 인수은행들이 「싫다」고 하자 밤늦게까지 회의를 소집, 결국 인수를 관철시켰다.
왜 하루도 거름없이 이런 혼선이 생겼는지, 또 모든 사태을 대비했다는 비상조치(Contingency Plan)는 정작 비상상황에서 왜 작동하지 않는지, 구조조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 지 정부는 생각해봐야 한다. 한 은행간부는 『금융당국의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시장에 관한 한 아마추어들이 묻지도 않고 만든 구조조정작전』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위기의 뿌리는 경제주체들의 낙후성에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최소한 대상(은행)보다는 주체(정부)가 덜 후진적이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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