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9일간의 중국방문을 마치고 3일 귀로에 올랐다. 그는 고도 시안(西安)에서 고대 중국황제의 대접을 받으며 중국땅을 밟은 후 장쩌민 국가주석과의 베이징 정상회담, 상하이(上海)증권시장 방문, 천하절경 구이린(桂林)관광에 이어 반환 1년을 맞은 홍콩방문으로 일정을 마쳤다. 그의 중국방문을 앞두고 논란이 컸던 점에 비추어 미국의 국내여론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지켜볼 일이지만, 우리는 중국과 이웃한 아시아국가로서 또한 미중관계에 누구보다도 밀접한 이해를 가진 나라로서 이번 클린턴의 중국방문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왔다.우선 클린턴의 이번 중국방문으로 확인된 「전략적 동반자관계」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냉전시대의 미중관계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서 불안정하기 이를데 없었고, 탈냉전시대에는 톈안먼(天安門)유혈사태로 불편하기 이를데 없는 지경으로 악화되었다. 미국내에서는 사라진 소련의 자리를 메우는 잠재적인 적대국으로까지 보는 경향이 있었다.
매우 상징적이긴 하지만 미중정상회담에서 서로 상대방에게 전략핵미사일을 겨냥하지 않기로 한 「핵미사일 상호조준해제」 합의는 2년전 대만해협에서 대치했던 양국의 긴장상태를 상정한다면 큰 진전이다. 또한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의 확산방지에 공동노력하기로 합의한 점은 우리의 관심사와 일치한다. 좁게는 북한의 핵개발동결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며 넓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서남아의 핵개발경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시발이 되기 때문이다.
클린턴의 중국방문과 관련하여 미국내에서 열띤 논란이 일었던 인권문제도 그는 매우 현실적으로 접근했다. 미국대통령이 베이징대학생들과 중국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 중국의 인권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방문지의 성격에 맞는 의제에 포커스를 맞춤으로써 그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산업화의 상징도시인 상하이증권시장을 방문해서는 중국의 시장개방을 비롯한 무역문제를, 천하절경이라는 구이린을 관광하면서는 환경문제를 강조했다. 베이징대학에서의 인권문제 토론은 미래의 중국을 향한 미국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미중정상간에 논의된 대부분의 의제가 우리의 국익에 직간접의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진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아울러 두나라간에 논의된 사항을 한일 양국에 충분히 설명해줄 국제적 의무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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