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은행 퇴출발표직후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이들 부실은행을 인수하는 우량은행의 장기신용등급마저 향후 하향조정 가능성이 큰 「관찰대상」으로 격하했다. 사상 첫 퇴출처리라는 한국 금융개혁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의 반응이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나타났는가. 부작용 투성이의 매끄럽지 못한 퇴출처리과정, 고용승계와 자산·부채인수의 불투명한 처리방식이 오히려 우량은행의 동반부실화를 낳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금융구조개혁의 목적이 무엇인가.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되찾아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대외신인도와 차입능력을 회복하자는 것 아닌가. 부실은행의 퇴출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퇴출로 걸러져 남은 건전, 우량은행을 통해 마비된 금융시장기능을 조속히 정상화시키자는 것이고 퇴출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금융기능 마비가 이대로 계속된채 기업이 다 망하고 나면 지금 건전한 은행인들 새로 떠안아야 할 부실채권밖에 더 남을게 있겠는가.
퇴출이후 정부가 해야할 일은 후유증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실을 인수한 은행이 다시 부실화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이들의 금융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야 경제도 살리고 대외신용도 올라갈 수 있다. 한심스럽게도 자산·부채인수(P&A)방식에 대한 기본원칙마저 지켜지지 않은채 고용승계, 신탁자산인수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와 인수은행간에 의견이 엇갈린채 인수계약서에 아직 도장조차 찍지 못하고 있는 불상사가 빚어지고 있다.
부실은행의 청산 충격이 우려되었다면 입찰매각등 선진국의 다른 성공 선례도 있는데 굳이 반강제적으로 우량은행이 인수토록 한 것부터가 잘못된 방식이었다. 그나마 원칙적으로 고용승계의무는 없다고 했다가 퇴출은행직원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무마하기위해 하급직원 전원을 승계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그야말로 임기응변이고 정부 스스로 원칙을 저버리는 행위다. 실적배당형 신탁자산인수 논란만해도 그렇다. 퇴출은행의 부실한 운용으로 이미 신탁자산의 40% 가까운 3조5,000억원이 결손처리될 상황인데 이를 인수은행이 안으라는 것은 인수은행마저 부실화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금융개혁을 주도한다는 당국부터 왜 우리가 금융구조조정을 하는가에 대한 원칙론을 되새겨 주기를 당부한다. 퇴출시킨 부실을 강제로 떠넘겨 우량은행까지 부실화하는 소지를 남겨서는 안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이 더욱 자신감과 활력을 갖고 마비된 금융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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