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사진·인형극까지 수용/몸짓으로 관객과 벽 허물기/세상 혼돈에 대한 침묵인가/관심끌기·장르반란인가/난해함 있지만 색다른 맛도연극에서 말이 실종됐다. 말보다 몸짓으로 이야기하는 공연이 부쩍 늘고 있다. 마임, 색다른 연극, 다양한 무언(無言)퍼포먼스등이 최근 연극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혼돈스러운 세상을 언어로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걸까, 외곽에 머물러 있던 무언장르의 반란인가. 또는 이색적임을 내세워 관심을 끌겠다는 공연자들의 의도일까. 모두 다 맞다. 민주화등 시대상황의 변화로 사회성 짙은 주제가 퇴조하는 대신 공연형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감(感)이 우리 속에 들어올 때」(19일까지)나 지난달 30일 막내린 「98 장(場)」은 마임 무용 사진 인형극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했다. 언어가 없는 대신 주제 전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원한 자연스런 시도이다. 「98 장」이 여러 장르를 모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색다른 인상을 심어주었다면 「감…」은 다양한 장르를 하나의 주제로 결합시키고 객석의 참여를 유도, 열린 무대를 만들어간다.
「98 장」에서 마이미스트 유진규씨는 캄캄한 무대에서 불붙인 향을 들고 춤을 추며 강한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었고 이현찬씨는 인형과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 환상 속에서 「인생은 나그네길」이라는 실존적 주제를 잘 전해주었다. 「감…」은 무용, 마임을 보여주는 동안 객석에서 사진을 찍게 하는등 장르간의 벽,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허물고 있다.
두 행사를 주관한 「모든 메아리」의 강정균(마이미스트)씨는 『소수 관객만 찾는 마임 무용등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자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말한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난타」(19일까지)는 대표적인 놀이마당. 요리사로 분한 배우들이 생활도구와 신시사이저를 활용, 사물놀이가락을 치며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인다. 지난달 막을 내린 「사랑하는 사랑하지 않는」(공동구성·노승희 연출)은 사랑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를 묶었다. 몸짓언어로 의사소통은 충분했고 즐거웠다. 반면 「푸른 관 속에 잠긴 붉은 여인숙」(채승훈 작·연출)은 언어의 부재라는 의도적인 지루함으로 관객을 고민하게 만든다. 파란으로 점철된 현대사에 대한 각성을 의도한 연극이다. 3일부터 12일까지 한원미술관에서는 또 하나의 마임공연 「몸짓굿」이 오른다.
언어가 없는 연극은 어렵다. 하지만 어려움의 틈새를 비집고 즐거움이 피어오르기도 한다. 다양한 형식을 모색하는 공연자들은 언어를 배제, 장르의 벽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말초적인 대사에 점차 중독돼 가는 관객들에게는 말 없는 공연이 대안이 될 지 모를 일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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