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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 대학원제’ 문제 많다/유성희 대한의사협회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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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전문 대학원제’ 문제 많다/유성희 대한의사협회장(특별기고)

입력
1998.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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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위원회가 3년전에 제안하여 열띤 찬반논란을 벌인 끝에 철회된 바 있는 이른바 전문대학원제도 도입문제가 새 정부의 「세계 수준의 대학원중점 연구중심대학 육성 국책과제」와 맞물려 다시 부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국제경쟁력 및 질적 수준이 낮고 대학입시에 따르는 과외비 등의 사교육비 부담이 연간 10조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이같은 현상은 일류대학과 인기학과, 인기 직장을 선호하는 국민의식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대학원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그렇지만 이같은 차원에서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이미 지난해에 의학교육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의학전문대학원은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다시한번 그 이유를 밝혀보자.

첫째 의과대학 중 세칭 일류대학을 대학원 대학으로 만들어 연구 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의사양성을 대학과 대학원으로 이원화한다는 것인데, 전문대학원이 되면 의사의 양성기간이 더욱 길어지게 되고, 그만큼 학생의 교육비 부담과 의사양성을 위한 국민적 부담은 오히려 가중된다.

둘째 일부 의과대학이 대학원대학이 된다고 해서 의과대학 입시 열기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제도에 의한 의과대학의 입시 경쟁은 그대로 존속할 뿐더러, 오히려 자연계 대학의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이 의과대학 입시 준비과정으로 변질될 것이 자명하다.

셋째 현재 의과대학이 간판만 대학원대학이라고 붙인다고 해서 연구중심대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교수의 학생교육 부담과 임상교수의 진료부담이 대폭 감소해야 하며, 연구를 위한 제반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넷째 현실적으로 병역문제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후 의학전문대학원을 마치려면 30세가 되고 전문의를 마치면 30대 중반이 된다. 그렇다고 의학전문대학원을 여자와 병역면제자 위주로 운영할 수는 없다.

다섯째 대학을 평가하여 일부 의과대학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할 경우에 의사와 의과대학병원에 등급이 생겨 일류를 좋아하는 환자는 전문대학원병원으로 집중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입시과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세칭 일류 고등학교를 없애고 하향 평준화한 한 세대전의 경험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세칭 일류대학, 인기학과를 없애므로서 입시에 따르는 과외비를 줄여 보자는 것은 전혀 초점이 틀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의학전문대학원제도가 잘못 도입될 경우 오히려 전국의 대학을 의학전문대학원 준비과정으로 만들어서 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한 공부에 열을 올리게 할 우려가 있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학력 중심의 의식구조가 없어지지 않는 한 몇개 학교를 전문대학원화하여 입시 열기를 없앨 수도 없거니와, 혹 그렇다 해도 제 2의 일류대학들이 생기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고교 하향평준화 정책에서 잘 경험했다. 전문의 마저 취업하기가 어려워 의과대학 선호 열기가 저절로 식고 있는 시점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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