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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할일,안할일/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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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할일,안할일/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논단)

입력
199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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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개 은행의 퇴출결정으로 금융구조조정이 본격화하게 되었다. 우리 금융산업의 현재의 모습과 앞으로 제대로 구조조정이 끝났을 경우 우리가 갖게될 금융산업의 모습을 상상해 볼 때 이번 5개 은행 퇴출은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이보다 훨씬 더 큰 지각변동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금융산업구조가 우리에게 최적인가에 대해 딱히 찍어서 말할 수는 없으나 우리 금융시장의 규모, 그리고 앞으로 4∼5년 뒤의 우리 경제의 모습, 그리고 국제적인 추세 등을 고려해 볼 때 은행산업의 경우 지금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은행들로 대형화되어 있어야 국제경쟁력, 건전성, 효율성을 갖추게 될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대형 인수·합병이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드러난 것보다 앞으로 금융부실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기 때문에 은행의 자본잠식과 정부의 재정출연도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은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금융구조조정과정을 통해서 정부가 많은 금융기관들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당분간 우리 경제는 소유·지배 구조에 있어 역설적이게도 60∼70년대의 구조로 되돌아 가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 금융부실과 경제위기가 관치금융과 정부실패의 소산이었다면 이제야 말로 소유구조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그러한 위험성은 더 커지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 스스로가 해야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해야할 일은 철저한 전문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과감히 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 철저히 시장과 민간자율의 기능에 맡기는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경제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만큼 유능하고 효율적이며 전문성을 가진 조직과 인력집단이 되느냐에 따라 달려 있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새 정부들어 지난 4∼5개월간 진행되어 오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다소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첫째 무엇보다 정부가 효율성이나 전문성에 있어서 변하는 모습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정부개혁은 몇 개 부처를 떼어서 붙이는 것과 같은 껍데기 바꾸어 붙이기에 그치고 정부부처나 공공부문 모두 전과 똑같은 업무관행, 인사, 관리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부 스스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민간부문 보고만 변하기를 요구하는 도덕적 모순에 있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둘째 아직도 우리 정부는 정부가 해야할 일과 그렇지 않아야 할 일의 영역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기왕에 금융기관의 실질주인이 되면 이들의 합병·퇴출·경영진 교체 등은 정부가 과감히 나서서 해야 구조조정이 빨리될 수 있다. 여론을 의식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해서는 안된다. 반면 빅딜과 같이 누가 보아도 정부의 영역이 아닌 일에 시장의 불완전성을 들먹이며 개입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서 협조융자 등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인센티브를 주면서 어떤 사업을 하라 말라 하는 것은 사회주의체제 하에서 국영기업개혁이 성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촉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철저한 사업성을 평가하게 하고 이에 따라 대출연장이나 중단결정을 스스로 하게 권장하는 일이다. 기업들도 시장원리에 의한 자금조달한계에 당면할 때에야 비로소 시늉이 아닌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아킬레스건은 바로 정부의 혁신이며 정부가 잘해 주어야 우리 경제의 밝은 앞날을 기대할 수 있다.<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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