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銀 지켜보며 착잡 심정/대출많은 금융인 파산 걱정『다음은 혹시 우리 차례가 아닐까』
IMF사태이후 만연돼있던 정리해고의 공포가 이제 기업퇴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대되면서 직장인들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이번에 단행된 5개 은행의 퇴출과정을 지켜보며 앞으로 추가퇴출과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금융계, 공기업, 대기업 직원들마다 「퇴출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퇴출공포증에 가장 시달리는 사람들은 이미 추가퇴출 방침이 「공언」된 은행과 종금사 등 금융계 종사자들이다. 「조건부승인」 판정을 받은 모은행 종로지점의 한 직원은 『올해초 구조조정을 했지만 「퇴출」을 면하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점포정리와 인원감축 등을 해야 한다』며 『한때 가장 안정된 직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불안해 했다.
특히 은행원들은 퇴출될 경우 상당수가 단순실직 차원이 아니라 「개인파산」이라는 극한 상황으로까지 몰릴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동안 무이자나 우대금리 등의 혜택을 누리며 1인당 5,000만원 이상 대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퇴출된 D은행 노모(35·서울 노원구 상계동) 대리의 경우 주택임차보증금 4,500만원과 생활자금 2,000만원, 우리사주 구입자금 1,000만원 등 그동안 대출받은 돈이 모두 7,500만원. 노대리는 『우대금리 혜택이 없어지면 한달 이자만 100만원을 훨씬 넘게돼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D종합금융 금융팀의 한 직원은 『은행퇴출은 단지 「서막」에 불과하다』며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하루하루 살얼음판 위를 걷고있는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D보험의 박모(35) 과장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컵속에 들어있는 올챙이가 된 느낌』이라며 『어떻게든 죽기야 하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직장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살벌하고 어수선하다. 해외유학이나 장사 등 「퇴출 이후」를 준비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현실에 대한 배신감과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우울증이나 두통 등 신체이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M상사에 근무하는 김모(32)씨는 『전직이 힘들다고 판단, 해외유학을 고려하고 있지만 자칫 「국제미아」가 돼버릴 가능성도 있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B카드사의 김모(33)대리는 『한동안 걱정만 하다가 결국 경쟁력을 기르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얼마 전부터 퇴근후 학원을 다니면서 세무사시험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S공업의 김모(27·여)씨는 『최근들어 심인성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동료가 우리부서에 2∼3명이나 된다』며 『특히 여직원들의 경우 「실직 1순위」라는 생각때문에 극도로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박천호·이태규 기자>박천호·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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