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제재해제요구에 美,긴장상존부각 의도/양국 계산깔린 ‘시위’ 가능성우발적 상황인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고도의 작전인가? 지난 30일 영국 토네이도 전폭기 4대, 미 F16 전투기 4대, 미 해군 EA6B기 2대 등이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을 순찰비행하던 중 96년 12월 이래 1년6개월여간의 침묵을 깨고 이라크 미사일기지를 공습하자 이번 공습의 배경과 성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이번 공습은 책임이 미국에 있든 이라크에 있든 정치적 의도에 따라 야기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습상황의 의문점=미 국방부는 이번 공습이 순찰중인 영국 토네이도기에 대한 이라크측의 레이더 조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준 상황이 즉각 대응을 해야했을 정도로 위급한 것이었는 지는 의문이다. F16 전투기가 발사한 함(HARM)미사일은 적의 레이더 조준신호를 역추적해 목표를 공격하는 유도장치로 움직이는데 기지 폭파가 즉각 확인되지 않는 것도 의문이다. 미국측은 HARM미사일 발사 직후 이라크측이 레이더 가동을 중단해 목표에서 빗나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2차 공습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미국측이 뚜렷한 공격목적을 가졌는 지는 역시 의심스러운 대목으로 남는다.
■미·이라크 관계=공습이 정치적 의도에 따른 시위일 가능성은 최근 미·이라크 관계를 감안할 때 더욱 높다. 이라크는 최근 미국에 대해 경제제재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며 유엔 등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정부대변인은 최근 『이라크 내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걸프전 후 유엔 결의안과 관계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라크 위협의 상존성을 부각하며 무기사찰 등과 연계해 제재해제를 유보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조준의 고의성」에 무게를 둘 경우, 이라크측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따른 미국의 부당 공격 가능성을 부각하기 위해 레이더 조준을 통해 공습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공습의 고의성」에 주목할 경우, 이 지역의 긴장상존을 부각하기 위한 미국의 작전일 개연성이 높아진다.
■전망=공습에도 불구하고 당장 긴장이 증폭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윌리엄 코언 미국방장관도 30일 『이라크측의 조준이 고의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사태의 조기 수습의도를 분명히 했다. 다만 앞으로 미국과 이라크는 비행금지구역 및 각종 제재의 정당성 여부 및 이라크 위협의 상존성 등을 두고 강도높은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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