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추방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시작됐다. 여성단체들이 10여년 동안 앞장 서 추진해 온 가정폭력범죄처벌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제 가정에서의 폭력은 「집안 일」이 아니라 사회적 범죄로서 처벌받게 된 것이다. 가정폭력에는 신체적·정신적·재산상의 피해가 다 포함되고, 피해자 뿐 아니라 이웃 등 누구라도 가해자를 신고·고발할 수 있다. 가부장적 제도가 유지돼 온 우리 가정에는 이제까지 폭력적·야만적 요소가 많았다. 최후의 안식처가 돼야 할 가정이 자주 폭력과 학대의 현장이 된 것이다. 96년도 「여성의 전화」에 상담해 온 2만3,753건 중 24.5%인 5,808건이 남편에 의한 아내구타였다. 또다른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여성의 45.8%가 결혼생활 중 한차례 이상 남편에게 매를 맞았으며, 상습구타도 14.4%에 이른다.우리 부모들은 흔히 매질이나 체벌을 아동학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친권이나 교육권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당연시하거나 합리화하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의 한 아동학대 조사에 따르면 72%의 어머니가 자녀가 잘못했을 때 체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이 28%, 프랑스 30%, 태국 23%에 비교할 때 부끄러운 수치다.
미국에서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1874년에 아동학대 예방협회가 조직됐고, 1960년대에는 모든 주에서 아동학대 방지법이 제정됐다. 그런데도 연간 2,000명의 미국어린이가 어른들의 학대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개인주의의 심화에 따라 약자인 어린이가 희생된다는 심각한 현실을 말해준다.
새 법에서 처벌대상이 되는 가정폭력은 남편과 부모의 폭행 뿐 아니라 노인에 대한 젊은이의 폭력,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학대, 명예훼손, 모욕 등 광범위하다. 이제부터 가정폭력을 먼저 알 수 있는 학교나 상담소, 의료기관 등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가정폭력의 폐해는 당사자 선에서만 끝나지 않는 점도 심각하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정폭력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학습돼 학교폭력과 사회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인권보호를 사회 차원에서 가정 내 약자에게까지 확대한 이 법은 가해자 처벌과 함께 가정폭력 예방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가정이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법의 준수와 함께 꾸준한 계몽과 교육으로 가정 내 인권인식을 높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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