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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없는 나라/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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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없는 나라/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입력
1998.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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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원구성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간에 합의를 보고 의장단을 뽑아놔야 원이 구성되는 법인데, 여권은 야권때문에 국회가 식물국회가 되었다고 한숨을 쉬고, 야권은 여권때문에 판이 모양새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심하게 말한다면 오늘 이 나라에는 국회가 없다. 국회가 없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건전한 정치가 없다는 말이다. IMF와 같은 국가적 위기에도 정치가 없다는 것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정치 대신에 정치적 흥정은 무성한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하여, 또는 출마하여 당선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상배들의 날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이념이 뚜렷한 정당은 적어도 해방후에는 나타난 적이 없다. 일제하에 있었던 한국독립당이나 독립촉성국민회의 같은 정치집단은 그래도 민족의 독립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위해 존재했던 것으로 믿어지는데, 자유당도 공화당도 민정당도 신한국당도 줄곧 대통령을 위해서만 있는 정당들이어서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날로 무너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념이 뚜렷한 정당이었다면 오늘도 살아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새정치국민회의도 대통령을 만들고, 대통령을 받들고,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있는 정당일 뿐 「새로운 정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당인 것 같다. 솔직하게 한번 생각해보자. 새정치국민회의가 집권하여 정치가 새로워진 것이 무엇이 있는가. 지역정당이 아니라고 우겨대지만 아직은 지역정당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햇볕론」이 당론이었으면 계속 『강풍은 절대 반대』라고 주장해야 옳지, 북에서 밀파됐던 잠수정 하나를 잡아놓고 당론이 뒤바뀔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역대의 대통령들이 다 그러했듯이 오늘도 김대중 대통령만이 정치를 한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통치다. 그런 의미에서는 정당도 없고 국회도 없고 정치도 없다. 정치인들은 다 놀고 먹고 대통령만이 홀로 일을 하는 나라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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