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본점 7층 「상황실」. 피인수은행인 충청은행의 각 지점들로부터 날아오는 상황보고를 받느라 직원들이 28일부터 사흘째 밤을 꼬박 세웠다. 『전산망의 패스워드(암호)를 바꿔놓아 전산실 접근불능, 퇴직금 520억원 임의로 중간정산, 금고 다이얼 임의변경으로 금고 접수에 차질, 대주주 대출서류등 기밀문서 파기…』파김치가 된 상황실 직원은 『다소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해도 너무 한다』며 『전산망을 조작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행위이기도 하지만 은행원으로서 기본적인 직업윤리조차 포기한 것 아니냐』며 탄식했다. 다른 은행의 관계자도 『고객들이 맡긴 돈을 최후까지 관리하는 것이 은행원의 본분』이라며 『「금고지기」가 고객이나 주주들보다 앞서 자신들의 돈부터 먼저 챙겨가는 것은 은행원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퇴출은행의 은행장등 경영진의 무책임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 은행 관계자는 『자신들의 경영 잘못으로 은행 문을 닫게된데 대해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고객과 주주들에게 먼저 사과해야했다』며 『부하직원들이 적법한 절차로 생존권을 주장하도록 해 인수은행에 최대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들은 퇴출발표후 직원들의 동요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부추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야마이치증권 파산 발표시 최고경영자와 임직원들이 고객과 주주들앞에 눈물로 사죄한 것은 마지막까지 금융인의 도리를 다한 것』이라는 일본 D은행 서울지점장의 뼈있는 말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몰고온 우리 금융현실을 꼬집는 듯 해 씁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