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감축분대출 연계출자 정부개입 부작용 걱정없는 재무구조개선 현실적 대안”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인해 우량기업들도 무너지고 있다. 문제는 기업의 빚이 너무 많은데 있다. 빚에 대한 이자를 많이 내야 하는데 판매수입이 적어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제때에 이자를 내지 못하니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늘어 금융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은 없을까?
현 정부 경제팀에는 70년대초의 8·3 조치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전격적인 「이자 지급유예」조치를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금융기관들을 마비시킬 것이니 현실적인 해결책이 못된다. 재정경제부 일각에서는 이른바 「주식기금」과 「부채기금」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수조원의 정부 자금으로 기업의 부채를 갚아 주고 대신 주식을 받거나 또는 단기부채를 장기부채로 전환해 주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실기업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며 부실을 오히려 조장할 위험마저 있다.
그러면 정부가 직접 문제를 떠맡는데서 오는 부작용이 없고 시장원리에 충실한 해결책은 없을까? 물론 자금여력이 있어 기업을 인수하여 회생시킬 수 있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장래가 불투명한 기업에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기업의 회생여부에 가장 큰 이해가 걸려 있는 채권자들과 노동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빚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기업별로 채권은행들과 노동자들이 「연계 출자협약」(Linked Recapitalization Agreement)을 맺어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노동자들은 임금 감축분을 출자하고 채권 은행들은 대출을 출자로 전환해주는 협약이다. 여기서 출자란 기업의 주식을 사주는 것을 뜻한다. 협약이 이루어지면 기업의 부채는 줄고 자본은 증가하게 된다.
협약의 핵심은 노동자들의 출자와 채권은행들의 출자를 상호 연계시키는 것이다. 한 채권은행이 일방적으로는 대출을 출자로 전환해줄 이유가 없다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임금 감축분을 출자하고 다른 채권은행들이 대출을 출자로 전환해준다면 이 협약에 동참할 인센티브가 생긴다.
또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채권은행들이 대출을 출자로 전환해준다면 임금을 덜 받더라도 협약에 참여하여 기업을 살릴 인센티브가 생긴다. 일단 기업이 살아 나게 되면 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채권은행들이 모두 이득을 보게 된다.
임금의 출자 전환은 미국에서 구조조정기에 사용되어 성공한 사례가 많다. 대출의 출자전환도 금융위기를 겪었던 많은 나라에서 사용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연계 출자협약은 이렇게 이미 검증된 두가지 방법을 서로 연계시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예상되는 부작용이 별로 없다. 또한 이해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므로 정부 개입에 따른 부작용도 없다.
출자협약으로 재무구조가 좋아진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인수하려는 투자자도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협약이 다수의 기업에 확산되면 외국인의 우리나라에 대한 주식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감소되어 부실 금융 기관처리에 소요되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줄어든다.
「금 모으기」운동으로 외환위기의 한 고비를 넘겼던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여 거국적인 「부채 줄이기」운동으로 당면한 경제위기의 한 고비를 넘길 수는 없을까?<경제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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