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피인수銀 점포 겹쳐 동반不實 우려/“인원 80% 떠넘기는 빅뱅은 난센스” 반발퇴출은행 직원들의 업무복귀거부로 이틀째 금융거래 중단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고용승계문제가 금융정상화의 최대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사태진정을 위해 4급(대리·과장급) 이하 퇴출은행 직원들의 「고용승계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인수은행들은 「필요인원만 계약직채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채용문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판단할 문제이며 당장의 사태수습에만 급급해 정부가 고용승계를 강제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난산(難産)」한 은행구조조정은 「기형발육」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왜 자산부채이전(P&A)방식을 택했나
은행문을 아예 내려버리는 청산(Liquidation), 부실금융기관 전체를 다른 은행으로 넘기는 인수합병(M&A), 우량자산부채만 넘기는 P&A등 다양한 부실은행 정리방식 가운데 정부가 P&A를 낙점한 결정적 이유중 하나는 고용해법이 탄력적이라는 데 있다. P&A는 인수은행이 일부 점포망유지와 자산·부채관리를 위해 어느 정도 인원고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완전실직을 유발하는 청산이나 양측 인력처리문제가 복잡한 M&A보다 사회적 충격이 작다.
그러나 고용승계는 어디까지나 인수은행의 경영전략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노동부는 『P&A에서 고용승계는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양도·양수자간 일괄적인 고용계약도 불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아무리 중하위직급이라 해도 전원을 흡수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P&A 아닌 고용보장이 되는 다른 방식을 택했어야 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인수은행들이 반발하는 이유
29일 밤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과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 주재로 열린 5개 인수은행장회의가 끝난 후 정부는 「인수은행들이 최대한 고용승계를 확약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이같은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인수은행 고위관계자는 『4급 이하 전직원을 모두 채용한다는 식의 확약은 없었으며 오히려 대부분 은행장들이 반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수은행들의 반대는 무엇보다 「동반부실」 가능성 때문. 동화은행을 인수하는 신한은행은 동화은행과 90% 이상 점포가 중복된다. 사실상 「도내(道內)은행」인 동남 대동 충청은행을 받은 주택 국민 하나은행도 특정도에 100여개나 되는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 대부분 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B인수은행 관계자는 『전체인원의 80%에 달하는 4급 이하 직원을 모두 채용한다면 전혀 필요없는 점포를 단지 사람때문에 유지해야 하는 난센스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며 『불필요한 인력·점포를 떠안고 영업을 한다면 경영합리화는 불가능하고 결국 함께 부실해지는 길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대책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
부실은행 정리를 위한 구조조정의 결과가 고용문제에 막혀 우량은행까지 동반부실화의 길로 내모는 것이라면 구조조정은 실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C은행 인수팀관계자는 『은행도 실업해결을 위해 가급적 많은 인력을 흡수하는 방안을 마련중이지만 결코 강제·의무화할 사항은 아니다』며 『정부는 퇴출은행 고용문제를 우량은행에 떠넘기지 말고 국민경제전체의 실업대책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