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김 추기경 바꿔야 되겠다” 피력도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30일 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직전 군(軍)이 김대중(金大中) 후보로의 야권후보 단일화에 강력히 반발했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그 해 2월께 미8군행사에서 만난 윌리엄 리브시 한미연합사령관이 『김씨를 반대하는 책자가 군에 돌고 있다』고 알려줘 자신은 국가혼란을 우려, 김영삼(金泳三) 후보를 단일후보로 지지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이날 낮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중견 방송인모임 여의도클럽(회장 김도진·金道鎭 서울국제위성뉴스 사장)이 주최한 「김수환추기경과 함께 하는 오찬모임」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추기경은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주문받고 『김대중 대통령을 1위로 생각하자. 그래야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힘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추기경은 이어 『역대 대통령중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어본 분은 박정희(朴正熙) 대통령뿐이었다』며 『박대통령은 우국충정을 가졌으나 자율적 창의성을 마비시킬 위험이 있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72년 육영수(陸英修) 여사가 박대통령과의 관계를 풀어주려는 듯 해사졸업식에 함께 가자고 전화를 걸어와 진해로 가는 11시간동안 박대통령과 열차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그러나 『한 대통령부부와 3시간 가량 자리를 함께 했을 때 그 분은 10분밖에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김추기경은 유신정권시절 박정희(朴正熙)정부가 로마교황청에 『김추기경을 바꿔야 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사실도 있다고 소개했다.
사무실 겸 숙소인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사제관의 보수가 끝나지 않아 유숙중인 김추기경은 3일 열흘 일정으로 일본여행, 8월초 미국여행을 떠난다. 김추기경은 『몇가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말, 일본말, 미국말, 프랑스말, 독일말, 거짓말, 참말』이라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난 김추기경은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듯 여유있고 유쾌한 표정이었다. 이날 모임은 현장에서 모은 질문지를 보고 김추기경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서사봉 기자>서사봉>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