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의 통곡·다이애나 부부싸움…/“외국귀빈 이면 많이봤지요”30일 정년퇴임한 외교통상부 의전장실 외빈차량관리소 이대원(李大元·59) 반장은 우리나라 초청외교의 이면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산증인. 66년 제대직후 친척인 고(故) 이범석(李範錫) 전 외무부장관의 추천으로 외무부 의전실에 들어온 이후 32년간 줄곧 외빈1호차량을 몰아왔다.
차량번호를 따 통상 「101호차」로 불리는 외빈1호차는 배기량 7,400㏄에 차체 길이만도 9m에 달하는 캐딜락 방탄리무진. 해외순방시 별도의 전용세단을 갖고다니는 미국과 러시아대통령을 제외하고는 한국을 다녀간 모든 외국정상들이 이씨의 신세를 졌다.
『직업상 보안유지가 필수인데다 겪은 일이 대부분 VIP의 사생활에 관한 것이어서 모두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재미있는 일이 많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사는 3공때 방한한 세네갈의 생고르 대통령. 생고르 대통령은 차에 타고내릴 때마다 이씨에게 다가와 『고맙다』고 꼬박꼬박 인사해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시인답게 차안에서도 항상 명상에 잠긴 표정이었던 생고르 대통령은 출국전 자작시집을 이씨에게 선물했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면서도 늘 활력에 넘쳐있어 가히 「철의 여인」이라고 할만 했으며, 파키스탄의 지아 울 하크 대통령은 뇌성마비장애아인 딸을 꼭 데리고 다니는 등 자상한 자식사랑으로 감동을 주었다.
79년 고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의 조문사절로 온 필리핀의 이멜다여사는 공항도착후 차에 오르자마자 『아시아에서 제일 훌륭한 분이 가셨다』며 대성통곡, 동승한 의전관이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이씨는 특히 고인이 된 다이애나비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92년 찰스왕세자와 방한했을때 이들 부부는 차안에서도 언성을 높여 말다툼을 해 결혼생활이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늘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멋진 차를 몰고다녔지만 사실은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이씨는 『고향인 평북 박천인근의 묘향산까지 귀한 손님들을 한번 모셔보는 게 남은 꿈』이라고 말했다.<윤승용 기자>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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