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그린 재일동포 ‘맨살’/이념에 가린 숙명적 삶 묘사/日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올해초 일본에서 발간돼 20만부 이상 팔리면서 권위있는 대중문학상 야마모토 슈고로(山本周五郞)상을 수상한 재일동포작가 양석일(梁石日·62)씨의 「피와 뼈」(자유포럼 발행·전3권)가 번역됐다.
「피는 어머니로부터 받고 뼈는 아버지로부터 받는다」는 제주도 무가(巫歌)에서 제목을 가져온 양씨의 소설은 제주도 출신으로 재일동포 1세였던 그의 아버지 이야기다. 주인공 김준평은 키 1m80㎝가 넘고 몸무게가 100㎏인 거한. 어묵공장 직원인 그는 단신으로 야쿠자무리까지 꼼짝 못하게 만들며 1930년대 오사카(大阪)에서 살아간다. 아내를 두고도 여체를 보면 달려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음심, 자녀들에 대한 갖가지 악행에 찌들어 동물처럼 살아가던 김준평은 결국 나이들어 의지할 곳이 없어지자 북송선을 탄다….
스토리는 이런 것이지만 양씨는 한 괴물스런 인간의 초상보다는 그를 「뼈」로 한 혈족의 이야기, 나아가 그로 상징되는 재일동포들의 30년대 이후 8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숙명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양씨의 문학이 일본문단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이데올로기라는 껍질에 가려져 있던 재일동포들의 맨살을 거침없이 그려내는데 있다. 택시운전사 출신으로 마흔살이 넘어 소설가로 나온 작가는 『흔히 내면을 쓰는 게 문학이라고 하지만 나는 「육체」를 그리려 한다』고 말한다. 일본어로 씌어진 그의 소설에는 그래서 일본 대중문학에 특유한 리얼한 묘사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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