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시가 씌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이다. 사람의 가슴 속에는 다 시가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정호승(48)씨의 여섯번째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발행)에는 시인 자신의 말처럼 누구나의 가슴에 들어 있을 만한 서정을 옮긴 듯한 시들이 많다. 그만큼 독자의 가슴에 잘 와닿고 쉽게 읽힌다. 시집의 제목이 들어 있는 「수선화에게」도 그렇다. 「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그러나 금방 알 수 있다 해서 청소년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흔한 잠언시와 같은 값싼 지경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단련된 서정은 이런 지경을 넘어서게 한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내가 사랑하는 사람」부분)라는 시구나,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나무들의 결혼식」부분)는 구절은 그의 서정이 자연, 생명과 깊이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의 예수」부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까지 20여년 전업시인의 견고한 서정이다. 「사랑하다가…」이후 1년여동안 발표한 30여편과 미발표 전작시 30여편을 함께 묶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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