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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는 축제였다/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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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는 축제였다/이병일 수석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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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는 정말 축제였다. 지난 21일 새벽 네덜란드전이 열린 마르세유는 완전히 네덜란드의 「오렌지군단」에 점령당한 듯 했다. 비행기와 자가용 자동차는 물론 수백대의 버스를 대절해 먼길을 달려온 수만명의 네덜란드 응원단은 시내 중심가에 진을 치고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시내가 마치 오렌지 색칠을 한 것 같았다. 잉글랜드에 이어 네덜란드 응원단의 거친 응원은 잘알려진 일이라 앞일이 걱정될 정도였다.■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나이든 사람까지도 네덜란드국기를 모델로 한 모자에 오렌지색 운동복을 입고 국기로 몸을 감싼 후 얼굴은 온통 국기색깔로 칠했다. 이것도 부족해 닭울음소리등 각가지 소리를 내는 피리나 호루라기등을 정신없이 불어대고 남녀가 어울려 춤을 추는등 일생에 이러한 기회는 다시 없다는 듯이 마음껏 즐겼다. 축구는 축제를 위한 하나의 구실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때문에 마르세유시내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술집에서 의자를 집어던지는 사람, 괜히 지나가는 사람을 노려보는 사람, 길가에 누워있는 사람등 온갖 추태를 다부렸다. 그래도 마르세유 시민들은 말없이 이를 지켜보았다. 경찰도 이들의 지나친 탈선만을 저지할 뿐 축제기분을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전날의 소란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내가 말끔히 청소돼 있었다.

■프랑스 국민들은 외국인들의 이같은 소란도 축구사랑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용인하는 것 같았다. 그처럼 거칠게만 보였던 네덜란드 응원단도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는 한국응원단을 위로했다. 축구사랑 앞에서는 모두 하나였다. 프랑스는 하나가 되기 위한 축제판을 마련했고 외국인들은 축제를 흥겹게 즐김으로써 이를 확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월드컵축구를 공동개최하는 우리도 뜨거운 축구사랑으로 신나는 축제마당을 마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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