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부족” 고객 항의사태/“세금내야 하는데…” 예금인출 못해 발동동/기업 상반기 결제 몰려 “부도 누가 책임지나”29일 퇴출은행에 대한 인수절차가 해당 은행직원들의 저항으로 사실상 착수조차 못해 입출금 등 모든 업무가 마비,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특히 30일이 재산세와 자동차세 등의 납기일인데다 기업·은행권의 2분기·상반기 결산업무가 몰려 있어 어음·수표결제를 앞둔 중소기업체와 자영업자의 부도 등도 우려되고 있다. 시민들과 업체들은 퇴출개시일을 월말께로 택한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대동은행 여의도 지점과 거래하는 휴렛패커드사 자금부 오모(28)씨는 『당장 시급한 회사경비 5억∼7억원 정도를 빼지 못했다』며 『거래처에서 돈을 입금했다고 하지만 이 역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월말과 상반기 결산까지 겹쳐 더욱 혼란스럽다』며 『퇴출시기를 월초로 앞당기거나 늦췄더라면 그나마 상황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퇴출은행계좌 인출이 불가능해 어음결제를 못하자 「흑자부도」위기에 몰렸다며 발을 굴렸다.
용산구 원효로1가에서 자동차부품 대리점을 하는 박웅(朴雄·47)씨는 경기은행이 발행한 1,000만원권 수표를 교환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박씨는 『은행이 퇴출되더라도 거래는 정상적으로 될 것이라는 은행과 정부측 발표만 믿고 있었는데 웬 날벼락이냐』며 『정부가 이같은 사태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는 게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주부 정영미(鄭瑛美·31·동작구 사당동)씨는 『100여만원에 이르는 세금 낼 돈도 찾지 못해 연체료를 물게 됐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또 월말 자금수요가 많은 시민들은 현금자동인출기(CD/ATM)를 통한 예금인출이 끊김에 따라 무더기 연체사태도 우려했다.
자치단체들도 피해를 우려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각종 자금 3,802억원을 시금고인 충청은행 대전시청지점에 예치한 대전시는 이달말이 납기인 상·하수도 특별회계 기채상환금 등 78억원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게 됐다. 시는 상환금을 제때에 납부하지 못할 경우 가산금을 추가부담하게 된다며 재경부에 납기를 연장해달라는 건의서를 보냈다. 부산의 경우 시가 시행하는 하나로교통카드 발매와 결제, 충전업무를 담당해온 동남은행의 퇴출로 844개 충전소중 지하철에 설치된 50개소를 제외한 나머지 충전소들의 업무가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편 이날 서울과 지방 퇴출은행 본·지점에서는 해당은행 직원들이 사실상 파업에 돌입, 농성을 벌이며 인수팀의 출입을 저지하는 등 인수·인계업무에 조직적 저항을 폈다. 경찰은 5개은행의 본·지점 등 전국 645개소에 8,000여명의 경찰을 배치, 돌발사태에 대비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전국 종합>전국>
◎“소액주주손실 9,510억” 잇단 소송 움직임
퇴출대상으로 선정된 동화 대동 동남은행 등의 주식을 보유, 손실이 불가피한 소액 주주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화은행 주식중 18만여주를 소유하고 있는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는 29일 7도민회장단회의를 소집, 각 시·군·면민회 및 장학회에서 보유중인 주식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소액주주 권리청구 소송제기를 검토키로 했다. 또 동화, 대동, 동남은행의 우리 사주조합원들도 이날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주주권한 보호를 위해 소송제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5개 퇴출은행의 소액 주주 86만여명이 총 1억5,000만주의 주식을 보유중이며 이를 액면가(5,000원)로 계산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입는 손실은 총 9,51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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